「으뜸주의」
반도체 장비업체인 주성엔지니어링의 성공 비결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기술은 물론 품질에서도 제일 앞서가야 성공한다는 황철주 사장(43)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경영 철학이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황철주 사장은 입버릇처럼 『끊임없는 연구개발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집약적으로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에서 남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지 않고 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황 사장의 생각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 투자로 나타났다. 주성엔지니어링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은 20%에 이른다.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이만큼 연구개발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투자 금액뿐만이 아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전체 인력은 217명인데 이 가운데 석·박사급 인력은 무려 90명에 이른다.
그것도 갖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아니라 반도체소자 업체에서 오랜 경험을 갖춘 고급 인력들이다. 이달에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같은 세계 유수의 반도체 장비업체 출신의 엔지니어들도 합류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황 사장의 관심은 주성엔지니어링은 화학증착(CVD)장비의 독자 개발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CVD장비는 국내 어느 업체도 해내지 못한 반도체 제조 앞공정의 핵심장비다.
반도체장비 시장에서 기술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지속적인 품질 유지가 없으면 도태된다. 고객이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반도체 제조업체들이기 때문이다.
황철주 사장은 고객사에 대한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게 직원들의 프로의식이다.
황 사장은 『제품도 그렇지만 직원들도 일등이 돼야 하며 자신을 전문가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황 사장이 직원들을 부르는 호칭은 「○○○선수」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이들 「선수」 개개인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고급두뇌의 창의성을 살려주기 위해 1년에 1개월씩의 유급 휴가제도를 도입했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의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기르라는 뜻에서다.
또 2년 이상의 근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해외 유학비 전액을 지원해주며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식당과 가족 주말농장, 체육시설을 조성했다. 아울러 매년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업무 성과에 따라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으로 배정해 놓고 있다.
프로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황 사장도 스스로를 「엔지니어 대표」라고 부른다. 그는 『창업도 어찌보면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펼치고자 하는 욕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황철주 사장은 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하기까지 외국계 반도체장비 업체에서 근무했다.
『당시 최고의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정말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만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네가 무엇을 아느냐는 식의 핀잔만 주는 회사의 태도에 결국 창업을 결심했죠.』
창업 6년째인 주성엔지니어링의 매출 목표는 1200억원. 지난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그동안의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거창한 새 목표를 세웠다. 2003년께 매출 5억달러를 돌파해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우뚝선다는 것이다.
황철주 사장은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CVD 장비 국산화를 이룩한 자신감으로 이러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반도체 산업에서 2등이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직 최고의 기술을 지닌 기업만이 살아 남는다』라면서 『창업이후 고집스러울 정도로 주장한 기술과 품질의 제일주의가 오늘의 주성엔지니어링을 만든 원동력인 동시에 내일의 주성엔지니어링을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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