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지각변동>5회-에필로그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간 합병을 승인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은 이동통신사업자의 국제 경쟁력 강화와 시장지배력 축소를 위한 후속 제재조치로 이뤄졌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단말기 제조업의 뿌리를 흔드는 일파만파의 결과를 낳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의 경쟁력 확대를 위한 합병승인의 이면에는 작년 이후 반도체와 함께 최대 수출품목으로 떠오른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의 성장엔진인 내수시장 붕괴의 부작용이 자리잡고 있다.

독점방지를 위한 공정위 제재조치는 또한 최근 한통프리텔과 LG텔레콤의 한솔엠닷컴 인수작업 가시화 양상과도 맞물려 단말기 업계의 우려를 높이고 있다. 누가 한솔엠닷컴을 인수하든 이동전화단말기 내수시장은 SK텔레콤, 한솔엠닷컴 인수업체, 그리고 나머지 회사등 4개사 대상의 치열한 영업전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명과 품질을 앞세운 대기업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간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가져 오게 될 가능성까지 점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인수합병으로 몸불리기를 한 후 「규모의 경제」로 IMT2000 사업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단말기 제조업체들로서도 상황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나름대로 자생력을 확보하기 위한 관련업계의 자구책 마련도 활발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대안으로는 양산체제를 갖춘 대기업의 제품 고급화, 소규모로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공동설계·부품표준화·대량 공동생산 등을 통한 생산과정의 효율성 확보와 기술력에 기반한 제품 수출확대 등이 있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은 인터넷무선단말기 개발은 물론 이를 기반으로 하는 고급형 신제품 개발·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시장수요가 줄어든 대신 고급화로 승부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회사 존립의 위기에 처한 후발 중소기업의 경우 양산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업과 모토로라를 제외하고도 10개 내외의 중소기업들의 입지는 더 이상 갈 수 없는 벼랑끝에 몰려 있다. 이들은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공동 설계·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IT모바일」의 회원확보 노력은 각 기업의 이해관계로 난항을 겪고 있긴 하지만 막상 내수시장의 위기상황에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적극 검토할 수 있는 유력 수단으로 이해된다.

모토로라의 예에서 보듯 브랜드 및 공급협상 창구 단일화를 통한 효과는 분명히 드러난 바 있다.

한편 이번 합병 충격파에 따른 내수기반 붕괴위기를 맞은 대기업들은 더욱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에 따라 내수시장이 흔들거리는 상황은 CDMA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설명된다. 이동전화와 관련 우리나라처럼 많은 대기업 중견 중소기업이 산재해 있는 나라도 드물다는 얘기가 있어온 것도 그 때문이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의 합병으로 인해 촉발된 이동통신단말기 회사들의 위기상황은 정부의 결정이 자유로운 민간기업의 활동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이번 합병에따른 충격파는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업체들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도 해석된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는 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과 변신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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