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네트워크상의 일반 PC를 활용, 인터넷 슈퍼컴퓨팅기술을 개발한 것은 무엇보다도 슈퍼컴퓨팅환경의 변화에 따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형 중앙집중형 벡터슈퍼컴퓨터, 주컴퓨터, 워크스테이션, PC 등으로 구성돼 각 컴퓨터마다 속도차이를 보여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모든 컴퓨터가 PC에 장착된 수준의 CPU를 사용하는 등 구분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펜티엄급 PC의 CPU속도가 500∼700㎒급으로 급격한 향상을 보이고 있어 PC레벨의 CPU를 네트워크를 통해 한곳에 집중, 슈퍼컴퓨팅환경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병렬처리의 슈퍼컴퓨터 개발로는 그동안 미국의 AHPC프로그램과 ASCI프로그램 등이 있으나 실제 문제해석보다는 처리속도에만 치중하고 있으며 분산메모리 환경, 즉 네트워크 등을 이용한 슈퍼컴퓨팅기술은 현재 미국 국립샌디아연구소에서 개발중인 최첨단 분야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터넷 슈퍼컴퓨팅시스템은 인터넷에 연결된 각 PC의 OS환경을 네트워크에 적합한 리눅스환경으로 전환해 별도개발한 메시지패싱인터페이스와 인터넷 병렬프로그램인 ipSAP(Internet Parallel Structual Analysis Program)로 여러 대의 PC를 이른바 병렬처리방식으로 연결한 것이다.
다시 말해 특수제작된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존의 클러스터와 달리 광범위한 네트워크인 인터넷으로 연결된 가변적인 가상의 슈퍼컴퓨팅 환경을 구성한 것으로 각각의 개별 PC는 인터넷 IP주소를 가지고 평상시에는 독립적인 작업을 수행하다 대규모 수치해석 등이 필요할 경우 슈퍼컴퓨팅 네트워크상에서 작업명령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슈퍼컴퓨팅작업에 참여하는 컴퓨터를 늘릴수록 PC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아도 시스템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다수의 PC를 이용해 공학이나 과학문제 등과 관련된 거대한 연립방정식 등 풀기 힘든 거대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각기 다른 64대의 PC를 이용해 항공우주구조물의 안정성 해석을 20시간만에 완벽하게 풀어냈다.
연구팀은 해석대상 구조물에 대한 유한요소를 모델링하고 각 컴퓨터의 계산능력을 고려한 유한요소모델을 자동분할해 각각의 PC에 담당해야 할 일들을 인터넷을 통해 자동으로 전송한 후 데이터통신서비스를 원격가동하고 자체개발한 ipSAP를 원격가동해 각 컴퓨터의 계산결과를 모으는 방법을 택했다.
이때 각 PC는 최소한 2G바이트의 하드용량과 32비트급의 램이 확보되어야 한다.
연구팀의 김승조 교수는 『400만개의 미지수를 갖는 문제해석을 위해 연구개발정보센터의 슈퍼컴퓨터에 같은 프로그램을 작동시켰으나 해결하지 못한 반면 인터넷 슈퍼컴퓨팅작업에서는 완벽하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인터넷 슈퍼컴퓨팅은 특별한 하드웨어의 투자없이 인터넷상의 PC를 이용, 소프트웨어방법으로 슈퍼컴퓨팅 실현이 가능하고 최대 1000대까지 PC를 이용할 수 있으며 기존 슈퍼컴퓨터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특히 인터넷 슈퍼컴퓨팅기술을 활용, 초대형 고정밀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감있는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가능해지고 항공·기계 등과 같은 실험적인 노하우가 필요한 부문에서 가상실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5년 이내에 항공우주비행체 종합설계를 위한 정밀해석능력과 노후항공기 수명연장, 발사체의 진동절연, 위성체의 진동억제 등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원자로의 안전성 및 수명연장을 위한 정밀해석, 질병의 진행과정에 대한 시뮬레이션 기법개발, 악천후 기상관측 및 추적, 반도체 열변형 정밀해석 등을 통해 관련기술개발은 물론 중대형 항공기의 설계작업, 구조물의 설계기간 단축 등 가상구조기술(CTS)을 통해 미국 등 선진국들의 슈퍼컴퓨팅 기술독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네트워크상에 있는 각각의 PC가 독립적인 작업을 하면서도 인터넷 슈퍼컴퓨팅작업이 가능하도록 2개의 CPU를 채택, 리눅스 시스템을 활용한 서버기능을 수행하도록 OS스위칭인터페이스를 내장한 SePC(Serve-embedded PC)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인터넷슈퍼컴퓨팅 기술이 본격 확산될 경우 건설업체 등 슈퍼컴퓨터의 작업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에서도 각각 네트워크상의 컴퓨터를 모아서 슈퍼컴퓨터처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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