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수입의존 심화

「20%」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의 그늘을 나타내는 수치다. 국산화율이 극히 낮아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80% 정도의 제품을 외산 장비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의 핵심 공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앞공정 장비는 거의 수입 제품 일색이다. 일본으로부터는 주로 노광기(Stepper), 박막형성기(Track), 에처(Etcher), 전기로, 검사장비 및 조립용 장비를 수입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부터는 화학증착(CVD)장비, 이온주입기, 스퍼터 및 정밀 측정기기 등을 들여와 쓴다.

반도체 재료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산 반도체 재료 생산은 12억달러 규모로 세계 시장의 7%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나 수입 비중도 수요의 50%에 이른다. 특히 반도체 재료업체들은 자체 생산기술이 취약해 업체의 70% 이상이 외국기업과 기술 제휴 및 합작 생산하는 실정이다.

◇심화되는 수입 의존도=국내 장비업체의 기술 수준은 선진 업체와의 격차는 당분간 좁힐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으며 기술 고도화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료 분야에서는 가시적인 수입 대체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장비 분야에서는 국산화해야할 기술이 수두룩하며 반도체 고집적도화가 진행되면서 첨단 핵심장비 수입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단의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를 거스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가 저조한 이유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의 평균 인력은 100명이며 이 가운데 핵심 연구개발 인력은 극소수다.

고석태 케이씨텍 사장은 『특정 장비 전반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개발·생산 경험을 쌓은 기술인력이 부족한 게 취약점』라고 말했으며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국내에서 반도체 장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유는 기껏 만들어 놓아도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홍상복 포스코휼스 사장은 『국내 반도체 소자업체들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에 맞추려면 국내 장비·재료업체들이 사실상 능력 이상을 투자해야 하나 공급 가격을 외산 제품보다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그러면 국내 장비업체가 선진 외국 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국내 장비업체들은 최근 부가가치 높은 분야로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에처, 화학·기계적연마(CMP)장비 등 앞공정 장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본격적인 제품 출시 시점은 내년께로 점쳐진다.

식각공정에 사용하는 에처의 경우, 기존 국내 유일의 생산업체인 아이피에스(IPS) 외에 극동뉴메릭·주성엔지니어링·피에스케이테크·한빛진공 등이 차세대 300㎜ 웨이퍼용 에처의 개발에 착수했다.

에처의 경우 활발한 국산화에 힘입어 지난해 7.5%였던 국산화율이 올해 10%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CMP공정 장비 부문에서는 케이씨텍·두산·나래기술이 올 들어 해외 CMP업체를 인수하거나 산학협동 개발 등을 통해 CMP사업에 뛰어들어 내년께 제품 공급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학증착(CVD)장비와 애싱(Ashing) 장비에서도 올 들어 각각 주성엔지니어링·피에스케이테크가 공급을 늘려 가고 있다. 빠른 속도는 아니나 국산 제품의 수입 대체 가능성만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뒷공정 장비 분야에서의 국산화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극동뉴메릭·디아이·테스텍 등은 반도체 칩 검사장비인 번인(Burn-in) 테스트 시스템시장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리콘테크는 최근 고가의 테스트 시스템 시장 공략을 위해 메모리 컴포넌트 테스터를 개발해 외국 업체와 일전을 벼르고 있으며, 미래산업은 테스트 핸들러의 확대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대책=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장비·재료 업체들이 자체 힘으로 국산화할 수 없기 때문에 소자 업체의 적극적인 기술 제공과 정부의 자금·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산 반도체 장비의 경우 공정 적합성·신뢰성·성능 테스트를 위해 국책연구소 등에 장비 공동평가센터의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국산화 개발품목에 대한 분석평가 기술이 미흡하며 특히 300㎜ 웨이퍼와 같이 막대한 개발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의 경우 개별기업 차원에서 투자 부담이 크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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