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08) 벤처기업

IMF<26>

신주쿠의 라이브 쇼에 대한 기억은 나로서는 오래전 까마득한 일이었다. 창업한 상태에서 자금이 쪼들려 일본으로 진출했을 때 보았으니 십오륙년 전의 일이었다. 류 총재와 부총재들, 그리고 일부 간부들은 그곳을 참관한 경험이 있는지 히득거리고 웃었다. 왕씨라는 성을 가진 부총재는 일행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이 들어보이는 육십대 초반이었는데 라이브 쇼 이야기가 나오자 가장 좋아하는 듯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의 라이브 쇼를 두루 섭렵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는데 한국을 방문한 것도 처음이지만 한국의 라이브 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들은 식사하는 동안 라이브 쇼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나로서는 한국 기업을 동정하는 IMF 이야기보다 훨씬 듣기 편했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가 나오자 그것을 마신 다음 우리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로틱한 공연을 하는 라이브 장에서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그런 무대가 펼쳐지지 않았다. 이름 없는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전부였다. 더러는 반나체의 여인이 나와서 접시 돌리는 서커스 묘기를 보여주었지만 곡예로 말하면 중국에서는 정상을 달리고 있으니 볼 만한 것이 못 되었다. 잘못 들어온 것일까 하는 생각에 나는 밖으로 나와서 영업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업부장이 거래처 사람들을 자주 모시고 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영업부장은 내 전화를 받더니 킬킬거리고 웃었다.

『그런 곳에 가실 생각이 있으면 저한테 미리 말씀을 하시지 그랬어요. 그 장소는 맞지만 지금 시간에 그런 공연은 안합니다. 자정이 넘어야 진짜 그림이 나오죠.』

『그래요? 자정까지 두 시간이 남았는데 어떻게 참지? 나야 괜찮지만. 함께 온 짱꿰들이 지루할텐데.』

『진짜 라이브를 보려면 미아리 텍사스나 인천 옐로하우스로 가죠.』

『여긴 그 정도로 찐하지 않아?』

『그렇게 찐했다가는 영업정지 당하게요? 그것도 양념으로 하는 것 치고는 괜찮은 것입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돌아와서 통역에게 그 사실을 전했다. 진짜 그림은 자정이 넘어서 나오니 술을 마시면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들은 기다리는데 이골이 났는지 술을 마시면서 잘 참았다. 그러나 늙은 부총재가 갑자기 한국 IMF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IMF 말만 들어도 혈압이 올라갔지만 내가 모신 손님이니 어쩔 수 없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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