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 업계는 SK텔레콤과 신세기이동통신간 합병결정에 따라 그 동안 국내 단말기의 80% 가까이 공급해 왔던 대기업의 위상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간 700만∼800만대를 구매하는 최대 공급자 SK텔레콤이 당장 물량 줄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의 결정에 따라 SK텔레콤은 당장 월 20만∼30만대 수준의 신규가입자를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적어도 연간 200만∼300만대 구매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당연한 수순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의 결정은 기본적으로 시장지배력이 큰 회사의 독점적 지위에 따른 공정경쟁 저해를 막기 위한 데 있다. 이번 합병 허용에 따른 두 가지 제재조치도 이러한 개념에서 출발한다.
이에 따라 월 70만∼80만대의 물량을 제조업체로부터 받아왔던 SK텔레콤은 업체에 당장 40만대 이하로 물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구두 통보한 상태다.
이미 월 40만대를 공급해 오던 삼성전자의 SK텔레콤용 공급규모가 10만∼20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월 15만대를 공급해 오던 LG정보통신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화/정보통신이나 현대전자 등 물량 공급규모가 작은 업체의 타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이번 결정의 최대 수혜자로 단기적으로나마 월 10만대 규모를 공급해 오던 SK텔레텍이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는 일본 교세라 부품으로 단말기를 제조하는 세원텔레콤의 OEM 제품을 SK상사로부터 공급받아 왔다. 이 제품이 SK텔레콤에 공급돼 왔으며 그 규모는 월 10만대 내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SK텔레텍에 대해 월 10만대로 공급을 제한하도록 한 결정은 적어도 올 하반기 어느 시점까지는 이 회사의 입지를 유지시켜 줄 수 있기에 타 회사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1400만대 전후의 공급실적을 보인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삼성전자 45%, LG정보통신 23%, 현대전자 7%, 한화/정보통신 5% 등 모두 80% 수준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그러나 합병에 따른 SK텔레콤의 몸낮추기로 시작된 내수시장 위축은 4사의 총 점유율이 50∼60%선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인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산술적으로 볼 때 1500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내수시장 규모가 당장 SK텔레콤의 300만∼400만대 규모의 물량 축소로 110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말기 업체는 그렇다고 PCS 3사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SK텔레콤으로서는 10%로 예상되는 불량가입자를 줄여나가면서 손쉽게 가입자를 줄이면서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기만 하면 되는 입장이다. 반면 PCS 3사의 경우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도 줄어든 상황에서 가입자 유지보다 훨씬 힘든 신규가입자 유치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이미 확보한 자재소화와 시장점유율 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대기업은 이러한 상황에서 속앓이 하고 있다. 이들은 적어도 3·4분기까지 시장위축을 예상하면서 일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고급형 제품 중심의 전략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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