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의 자산으로 여겨졌던 기술이 돈이라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기술을 돈으로 환산, 유형의 자산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홍성범 한국기술거래소 초대사장을 만났다.
성공한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영광을 박차고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기술거래소 사장에 부임한 속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기술이 산업발전을 따라가지 못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고도 이를 사업화하지 못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라고 밝히는 홍 사장은 『아무리 하찮은 기술이라도 산업에 쓰임새가 있으면 가교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다.
국내외의 내로라 하는 박사와 공직자 28명이 응모한 기술거래소 사장에 홍 사장이 최종 낙점된 것은 성공한 벤처기업인으로 벤처마인드와 실물경제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후문이다.
한국기술거래소는 기술을 주식처럼 사고 파는 중개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지난해 12월 기술이전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설립된 한국기술거래소는 산업자원부가 50억원, 벤처기업협회·벤처캐피털협회·기업은행·산업은행·중소기업중앙회 등이 128억원을 출연, 총 178억원의 자본금으로 정식 출범했다.
인터넷·멀티미디어·콘텐츠팀, 정보·통신팀, 전기·전자·반도체팀, 생명·환경팀, 기계·소재·토목건축팀, 화학·섬유팀 등 6개 팀으로 나뉜 기술거래소는 기술이전시장, 기업거래시장, 기술투자시장 등 크게 세 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기술이전시장은 개별기술 이전, 지적재산권의 실시권 허여 등을 통한 신제품 신사업 창출로 시장기능에 의한 기술 메커니즘 확립과 인프라를 확충하게 된다.
기술거래시장은 기술집약형 기업의 M&A, 대학 실험실 창업자의 M&A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등 기술분야별로 차별화된 기술거래 전문기업과 기술거래사를 통해 기술거래 중개 알선을 활성화해나가게 된다.
기술투자시장은 유망기술 보유자의 초기 사업자금 조달시장을 조성하고 기술 매입 후 재판매 또는 사업화 연계시장을 창출하게 된다.
홍 사장은 『이를 위해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정보 등 기업정보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한편 다산벤처와 코리아홀딩스 등 벤처캐피털과도 업무협정을 체결했다』며 『이와는 별도로 상반기에 1000억원 규모로 투자조합을 설립, 벤처기업 투자와 M&A사업을 적극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거래소는 한두 부처에서 관장하는 사업이라기보다는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특히 재정경제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에서는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는 달리 정작 발벗고 나서야 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전자통신연구원 등 국가연구기관은 자신들의 소관부처가 관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음을 염두해 두고 하는 얘기다.
홍 사장은 『기술거래소의 성패는 수요와 공급이 가장 활발한 정보통신분야에서 결정난다』고 말한다.
중공업이나 해운업 등 기간산업 분야의 경우 덩치는 크지만 수요과 공급이 별로 없는 반면 정보통신 분야는 기술이 세분화되고 기술의 라이프사이클도 짧을 뿐만 아니라 규모자체도 작아 수요과 공급이 왕성하다는 것.
홍 사장은 기술거래소를 3년 이내에 민영화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공공기관으로서는 기술거래의 진정한 역할과 사명을 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산 2000억원이 넘는 워크아웃 상태의 중견기업들의 구조조정 사업에 적극 나서고 투자조합을 더욱 활성화하며 기술보유기관과 신용기관, 벤처캐피털 등과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립경영을 실현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기술거래소가 민영화하더라도 사업성격상 공익성에 역점을 둬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히는 홍 사장은 『인적자원만 있는 우리로서는 개발된 모든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산자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마련하지 못하고, 기술거래에 따른 세금문제 등이 결정되지 않아 기술거래소가 아직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사장은 『관련부처간 협의를 거쳐 조만간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세금문제에 대해서는 『기술은 무형의 지적재산으로 미래 가치자산이기 때문에 우선 당장은 거래에 따른 세금을 전액 면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처와 제조업이 상호협력과 조화를 통해 기술집약형 지식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개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는 홍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79년 한양대 전자통신공학과 졸업 △79년 삼성반도체통신 △81년 LG정보통신연구소 △88년 세원텔레콤 대표이사(현재) △97년 유망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 이사 △98년 안산테크노파크 이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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