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터넷TV업체는 한국통신의 봉인가

국내에도 인터넷TV 바람이 불고 있다. 벌써 국내에만 10여개 업체가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인터넷TV로 형성될 관련시장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기대 아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통신이 5개 인터넷TV 업체와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한국통신도 본격적인 인터넷TV 사업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인터넷TV 사업은 TV와 통신 인프라, 각종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등이 결합한 형태라서 혼자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통신 참여는 국내 인터넷TV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와 달리 한국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업체들은 하나같이 제휴관계에 내심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한국통신과의 관계를 고려해 콘텐츠 부문에서 상호 협력하기로 양해각서(MOU)는 교환했으나 실제로 한국통신과 공동사업을 추진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는 속내를 드러낼 정도다.

그 내막은 한국통신이 이들 업체와 공동사업에 나서기로 하면서 내건 조건이 터무니 없기 때문. 이들 업체에 따르면 한국통신은 『협력업체에도 초고속통신망(ADSL) 이용요금 인하는 불가하다』고 하면서 인터넷TV용 세트톱박스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의 가격에 제공할 것과 콘텐츠, TV화면 문제는 업체측에서 전적으로 처리할 것, 콘텐츠 사업 수익 가운데 80%를 한국통신에 배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는 한국통신은 공짜도 아닌 초고속망만 제공하고 업체들로 하여금 돈을 벌어다 바치라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물론 이들 업체가 한국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것은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후광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TV 업체들이 이같은 조건으로 사업을 해도 망하지 않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으로는 절대로 이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 수 없다. 이는 인터넷TV 사업의 성공조건인 윈윈 전략에도 어긋난다. 결론적으로 한국통신의 이같은 행위는 국내 인터넷TV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통신은 현재 민영화 과정을 밟고 있으나 아직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기업으로 이는 국내를 대표하는 기간통신 사업자라는 명성에도 어울리지 않는 행동으로 비쳐진다.

한국통신이 진심으로 국내 산업발전을 바란다면 이런 식으로 이익을 챙기기보다는 윈윈전략으로 상호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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