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주립대 공과대학 BioMEMS연구센터. 최첨단 실험시설을 갖춘 이곳 연구실에서는 한국인 교수인 안종혁 박사가 97년부터 미 국방부 산하 첨단국방연구센터로부터 700만달러(약 72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미군이 생화학전에 사용할 수 있는 랩 온 어 칩과 손목시계형 바이오칩 개발에 한창이다.
MIT 등 9개 대학과 공동연구를 추진중인 안 박사는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
최근 바이오칩의 핵심인 플라스틱 미세가공, 마그네틱 마이크로밸브, 미세자성입자 분리기, 바이오입자필터, 면역센서, 광칩센서 등 기초연구를 끝내고 시제품 개발에 성공, 오는 가을쯤 랩 온 어 칩 상용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바이오칩은 서로 다른 종류의 DNA 단편들이 배열돼 있는 DNA칩, 각기 다른 단백질과 결합하는 여러 가지 항원이나 항체들이 배열해 있는 단백질 칩, 생화학적인 과정을 칩 위에 소형화시킨 랩 온 어 칩, 생체물질이 배열돼 있는 생체센서 칩, 뉴로칩, 세포칩 등을 일컫는 것으로 일반적인 의미는 생화학물질을 이용한 생체정보 감지에 사용되는 모든 소자다.
바이오 칩 기술의 가장 큰 응용분야는 질병 진단. DNA 칩은 유전자 관련 질병 예측(Genotyping)뿐 아니라 그 위에 고정된 당질 뉴클레오티드(Oligonucleotide)/cDNA와 바이러스의 DNA/RNA 결합 (Hybridization)을 확인해 바이러스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한 단백질 칩이나 생체센서를 사용해 병원균의 존재 여부, 암의 존재 여부 등을 확인할 수도 있다.
앵글로우드가 쓴 「휴대용 기기의 혁명」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랩 온 어 칩은 분석·처리 과정의 집적화 및 소형화로 한 종류에 5억달러의 엄청난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비용을 현격히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바이오 칩의 응용분야는 생화학전에서의 방어수단, 어디서든 간편하게 진단이 가능한 장치, 신약개발시 임상실험 전에 필요한 스크리닝(Screening) 등 다양하게 펼쳐 있다.
기존의 진단기기나 분석장비들에서 찾기 어려운 바이오칩의 특성은 정밀성을 유지하면서 소형화와 휴대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 이러한 엄청난 장점을 지니고 있는 바이오칩의 핵심 기술로는 기능이 중요시되는 DNA 칩이나 단백질 칩에서 소형 칩 위에 DNA나 생체 분자와 같은 생화학 물질을 원하는 위치에 선택적으로 고정시키는 초미세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기술, 칩에서 나온 극미세 신호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생체신호 감지기술 및 신호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랩 온 어 칩에서와 같이 분석이나 처리과정을 2∼3㎠ 정도 되는 하나의 칩 위에 통합하기 위해서는 미세유체공학(Microfluidics) 기술 및 집적화 기술과 같은 핵심기술이 필수적이다.
여기에 바이오칩 또는 유전자칩(DNA chip) 등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재 미소전자기계시스템(MEMS :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기술이 집약돼야 한다.
미소 생화학 샘플을 운반·조작·측정하기 위한 마이크로 유체소자(마이크로 밸브, 마이크로 펌프, 마이크로 유량센서 등), 항원이나 유전자와 같은 생물분자를 이동·조작하기 위한 바이오 필터, 샘플을 분석·측정하기 위한 반응기 및 센서(면역센서, 생화학센서 등), 마이크로 유체소자를 구동시키기 위한 액추에이터, 파워 컨버터 회로 마이크로 전지, 그리고 이러한 각각의 소자를 집적하기 위한 플라스틱 미세가공기술 등이 집약돼야만 실현 가능하다.
80년대 후반부터 소개되기 시작한 MEMS 및 바이오MEMS 기술을 통해 90년대 중반까지는 주로 압력센서, 가속도센서, 습도센서 등이 연구·개발됐으나 90년대 후반부터는 주로 바이오 응용 쪽으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원래 2003년에 완성 예정이던 인간게놈연구가 앞당겨질 수 있는 것도 바이오MEMS기술에 의해 개발될 유전자칩이나 랩 온 어 칩의 영향이 크다. 바이오MEMS를 사용할 경우 전체적인 크기가 작아지므로 미량의 생화학 샘플의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이 가능하다.
마이크로 어레이는 실리콘, 유리, 석영 혹은 플라스틱 등으로 된 수㎠되는 기판 위에 DNA나 생체 표시자(Biomarker:예를 들면 간암의 경우 혈액 내에 단백질의 한 종류인 알파-페토-프로테인이 증가하므로 이것이 표시자가 된다) 항체 등 생화학 물질을 선택적으로 고정시킨다.
마이크로 어레이 위의 생화학 물질과 측정하고자 하는 생체 성분의 분자가 서로 반응하거나 결합을 하면 이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감지 기술이 감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현재까지의 감지 기술로는 흡수, 형광 등의 광학적인 방법으로 반응 혹은 결합이 일어난 마이크로 어레이 상의 위치를 확인하는 방법, 각 위치에 존재하는 생화학 물질의 분자량을 측정하여 확인하는 방법, 전기화학적인 산화환원 반응에 의한 전류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러한 감지 방법에 따라 마이크로 어레이의 기판 종류나 모양이 달라지게 된다. 한 예로, 그림 1에서는 광 도파로(Waveguide) 감지 형식의 마이크로 어레이와 감지 방법을 나타낸 것이다.
광 감지기 어레이에 나타난 패턴으로 마치 슈퍼마켓에서 바코드를 읽듯이 개인의 질병 상황을 읽어 낼 수가 있다.
하나의 소형화된 칩 위에 생화학적인 모든 과정들을 융합한 랩 온 어 칩은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미세전체분석시스템(TAS:Micro Total Analysis System)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TAS에서는 어레이 기술 및 감지 기술뿐 아니라 많은 구성 요소들의 제작 및 이 구성 요소들을 칩 위에 올리는 마운팅(Mounting) 기술이 중요한 핵심 기술이 되며 이들을 뒷받침해 주는 기술은 미세유체공학기술이다.
그림 2는 신시내티대학의 안종혁 교수가 개발한 칩으로서 마이크로 밸브, 마이크로 펌프, 마이크로 채널, 마이크로 유량 센서 및 생체 센서 등이 마운팅되어 있는 TAS다.
TAS 기술의 목표는 단순히 구성 요소들을 소형화 시키는 기술이 아니라 구성 요소들이 소형화 되었을 때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과학적인 현상을 이용해서 기존의 커다란 분석 시스템이 지닐 수 없는 우수한 성능을 지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체 시스템을 특성화하는 파라미터인 레널즈 수(Reynolds Number)가 단면 직경이 대체로 50미크론 정도인 마이크로 채널에서는 매우 낮아서 터뷸런스(Turbulence)가 없는 유체의 흐름이 되며 따라서 칩 위의 반응은 분자확산(Molecular Diffusion)에 의해서만 나타나게 된다.
이 사실은 큰 레널즈의 수를 갖는 일반적인 시스템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해서 이를 응용한 신기능 시스템을 발굴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바이오 칩 연구 개발 투자는 엄청나다. 한 예로, 휴렛패커드사와 의료정보 회사인 칼피퍼테크놀로지스는 신약 개발을 위한 칩 기술개발에 지난 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동안 매년 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바이오 칩 기술 연구 투자는 국방부와 같은 정부 기관뿐 아니라 정보통신 업체인 모토로라, 심지어는 자동차 회사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의료, 환경, 식품 등의 분야에서의 폭넓은 응용성과 막대한 시장성이 있기 때문이다.
SRI 등을 비롯한 시장전문조사기관에 따르면 바이오 칩으로 대표적인 DNA 칩의 시장 규모를 2004년에 20억달러 정도로 잡고 있으며 국내 특허청에서는 1998년에 3000만달러에서 매년 40%씩 증가하여 2010년에는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게놈 프로젝트의 후속 작업이 될 프로테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단백질 칩 시장도 2010년 이후에는 크게 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생체 의용 공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이 바이오 칩 기술 또한 반도체 공정 기술, 광학 기술, 신호처리 기술, 단백질 공학 기술 등의 많은 기술 분야가 연계되어 있는 종합적인 기술이다. 기술 개발 투자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야의 기술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서 조직적이고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기술의 매니지먼트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바이오 칩 기술을 비롯해서 앞으로 나타날 미래 기술은 각각 전혀 다르게 보이는 많은 분야의 기술들이 융합된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며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첨단 기술의 확보는 매우 어렵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공과대학 바이오MEMS연구센터=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박선희 ETRI원천기술본부 책임연구원 shp@etri.re.kr 자료협조 ETRI기술기획실 기술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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