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소자업체와 장비·재료업체는 서로에게 무엇을 원할까.」
지난 25일 저녁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고려대 산업정보대학원 반도체고위과정」에서 반도체 장비·재료업체 사장 등 40여명은 연단에 선 박상호 현대전자 반도체부문 사장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고객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기술개발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날 박상호 사장은 「디지털 혁명과 반도체」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의 후 박 사장과 장비·재료사 사장들은 장비·재료 선정의 우선조건을 놓고 잠깐 토론을 벌였다. 내용은 서로 엇비슷했으나 우선순위는 조금 달랐다.
장비·재료업체 사장들은 기술·디자인·신상품(18명)을 가장 우선조건으로 꼽았으며 품질·신뢰성(11명), 가격(9명), 납기·지원·서비스(3명)의 순이었다.
반도체소자업체를 대표하는 박상호 사장은 솔루션(기술·제품)을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고 가격(Price), 서비스(납기·품질·응답), 인간관계 순으로 말했다.
박 사장과 장비·재료업체 사장 모두 기술·제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셈이다. 하지만 두번째 항목에서는 서로 엇갈렸다. 박 사장은 가격을 들었으나 장비·재료업체 사장들은 가격보다는 품질유지를 꼽았다.
장비·재료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시 재투자를 위해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더라도 소자업체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구매해주기를 바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상호 사장은 『고객입장에서 제품의 기술력이 비슷하다면 가격을 따져보기 마련』이라며 『공급업체들도 경쟁력 향상 차원에서 언제든지 가격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격에 대해 소자업체와 공급업체의 시각차가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 사장은 또 반도체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져 공급업체들은 생산 플랫폼을 미리 갖춰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박상호 사장이 내건 요구조건 가운데 「인간관계」는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아무리 인터넷 시대라도 「엔터」키를 누르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라며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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