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물유통협회 우인회 회장(woo@kiema.or.kr)
1980년대 후반부터 당시의 정서로 보면 불량한 아이들이 침침한 골목에 있는 전자 오락실로 모여 들면서 국내 게임 산업은 시작됐다. 청계천 등지에서 불법으로 복제한 일본 전자오락게임이 인기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정용 게임기 산업도 탄생하게 됐다.
우리나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출발은 대우전자의 재믹스라 하겠다. 우리말로 재미있다는 뜻의 이 게임기는 당시 애플 컴퓨터와 쌍벽을 이루던 8비트 컴퓨터씨스템인 MSX의 CPU를 채택한 것이다.
PC기술이 열악해 컬러게임을 할 수 있는 MSX컴퓨터는 게임기로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었지만 테이프 리코더를 통해 게임을 로딩하고 10여분을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조급증이 심한 아이들에게 이 10여분의 로딩타임은 정말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해 대우는 MSX컬러시스템에서 게임기능만 살리고 다른 기능은 모두 제거하고 테이프 대신 롬팩을 꽂아 쓸 수 있는 가정용게임기를 출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10만원을 훨씬 넘는 가격 때문에 시장성을 의심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 제품은 출시와 함께 품귀현상이 생길 정도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자기집 TV에 연결하여 롬팩만 꽂으면 정말 멋진 컬러게임을 곧바로 즐길 수 있으니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크리스마스 대목에는 신세계·현대·롯데 등 일류 백화점에서조차도 물량을 대지 못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때가 우리나라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첫 호황기인 셈이다.
이때부터 여러 중소 업체들이 너도나도 재믹스용 게임 롬팩 생산에 뛰어들었다. 롬카피기에서 EP롬을 복제하는 일이 우리나라 게임 제조업의 시발이 된 셈이다. 그러나 출발이 화려했던 재믹스는 2,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양길로 들어섰다.
재믹스로 인해 국내 게임기 시장의 가능성이 확인되자 새로운 도전자들이 강력한 무기를 들고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일본 닌텐도가 1983년에 출시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던 패미콤이 대만에서 복제되어 「패밀리」란 이름으로 소개됐고 삼성전자에서 일본 「세가 마스터」를 「겜보이」란 이름으로, 코오롱상사가 미국 아타리를 수입하여 국내에 출시하자 화려하던 재믹스의 신화도 막을 내렸다.
곧이어 1989년에 나타난 현대 「컴보이」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재믹스의 숨통은 끊어졌다. 이때부터 중소 업체들은 시장에서 밀려 나고 현대와 삼성이 시장 쟁탈전을 벌이면서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제2차 호황기를 맞았다.
1990년대 전반기에 들어와 닌텐도와 세가의 16비트 게임기가 현대와 삼성을 통해 공급된 「슈퍼컴보이」와 「슈퍼알라딘보이」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대우도 재믹스의 미련을 버리지 못해 NEC의 PC셔틀을 수입했다.
곧이어 1990년대 후반에는 32비트 차세대 게임기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들 게임기는 아직도 우리나라 일반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싸 일부 마니아층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21세기 초두인 지금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저가의 국산 8비트 게임기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32비트게임기·64비트게임기·128비트게임기 등이 시장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춘추 전국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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