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냐, 명분이냐」
초중고교 학내 전산망 사업에 필요한 정보보안 시스템 선정을 놓고 주관부처인 교육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교육부는 정보보호 사각지대의 하나인 학교 전산망의 보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화벽 등 보안 솔루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막상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여의치 않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현황=학내 전산망 사업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교육 정보화 사업의 하나다. 전국에 있는 1만100개 초중고교의 전산망을 초고속 통신망으로 구축해 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이자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6000개 학교가 전산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학생들의 성적이나 사생활, 교무 등 주요 데이터가 보관돼 있는 학생부 서버의 보안문제에 중점을 두고 이를 추진키로 했다. 이는 서버 자체의 보안도 중요하지만 교육기관이 무단 해킹의 표적이 되거나 경유지로 이용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이미 교육부에 학생부 서버를 보안등급 「가」로 분류하고 보안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같은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보안시스템 구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그동안 각급 학교에서는 가상사설망(VPN)방식으로 보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웹캐시프록시 제품을 사용해 왔다. 웹캐시프록시 제품은 가격은 싸지만 초보적인 네트워크 보안제품으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해킹당한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교육부 입장=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웹캐시프록시 제품이 보안에 약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또 국가정보원에서 인정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다. 교육부가 선뜻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바로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국가에서 제품의 성능을 인정받은 평가 인증 방화벽은 가격이 너무 비싸 이를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학내망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각 학교에 1700만∼1800만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 이 정도 예산으로 주요 서버, 네트워크 장비,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고가의 보안제품까지 갖추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교육부는 「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고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이처럼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해 각 학교는 물론 업체에서도 보안제품에 관한 한 제품 사양을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대안=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처방전은 해킹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초기에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방화벽과 같은 보안 솔루션을 갖추어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교육기관이 대표적인 해킹 경유지로 이용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보안제품은 구축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단지 교육기관은 공익 성격이 강한 만큼 보안업체도 이를 고려해 원가수준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켁신시스템·한국정보공학 등 일부 보안업체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하고 이미 관련 솔루션을 저가로 공급할 태세다. 문제는 해당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학교가 확실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실상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교육부가 학내망과 관련한 보안시스템에 대해 앞으로 어떤 입장을 견지할지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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