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의 폭발적 증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적체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3∼4개월 전에 예약한 「힘깨나 쓰는」 수요자조차도 『언제까지 설치해 주겠다』는 약속 대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서비스사업자들의 허무한 답변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인터넷 강국 달성의 초석으로 평가돼온 초고속 인터넷. 최근 통신서비스 및 장비업계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초고속 인터넷 가입 적체의 원인이 무엇이며 그 상황은 어느 정도인지, 또 적체가 언제쯤 해소될지를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최근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 등 초고속 인터넷사업자 임직원들은 두가지 요인 때문에 하루종일 시달리는 게 다반사다.

주식폭락에 따른 주주들의 원성 및 하소연이 그 첫째고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왜 설치해주지 않느냐」는 항의가 두번째다.

주식폭락은 외부적 요인도 있어 그런대로 견딜 수 있으나 초고속 인터넷 예약가입자로부터 받는 항의전화는 「유구무언」이라는 게 당사자들의 반응이다.

하나로통신의 한 고위임원은 『정부부처나 대기업 관계자, 언론사 간부, 친지, 친구 등으로부터 초고속 인터넷 설치 지연에 대한 항의성 민원에 하루종일 시달리는 게 일과』라며 『고객의 당연한 요구와 항의지만 죄송하다는 말 외에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이같은 회선적체 문제의 1차적 원인은 회선수요의 기하급수적인 증가에 기인한다. 통신사업자들은 지난 연말 완만한 상승세를 전제로 공급계획을 세웠고 이를 발판으로 조달절차를 진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선점을 위한 서비스사업자들의 가입자 모집경쟁, 인터넷 이용자들의 고속화 요구, 사이버아파트 열기 확산, e비즈니스 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수요가 기하급수적 증가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열기가 96년 이후 불어닥친 이동전화서비스 시장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세와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통신사업자들의 추정에 따른다면 예약가입자가 한달에 10명 안팎이라면 공급능력은 4명 수준에 그치는 형편이다. 이같은 이상열기에 따라 해당 통신사업자들은 최근 공급전략을 당초보다 2배 이상 늘렸고 이를 장비공급업체에 통보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장비공급업체가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신사업자들로부터 조달계획을 통보받았던 국내외 장비업체들은 다시 루슨트나 알카텔 등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해외 유수 통신장비업체에 수요전망을 제시했고 해당 핵심부품 공급업체들은 지난해 한국의 수요전망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그러나 초고속 인터넷 장비나 핵심부품과 관련, 전세계 시장의 50% 가까이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루슨트나 알카텔 등 핵심부품 공급업체들은 2배 가까이 늘어난 한국의 공급계획 변경을 따라줄 수 없었다.

한국이 마이너 시장이었다면 일부 충당해줄 수 있지만 한국이 세계시장의 50% 안팎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여유물량을 대주기는 힘든 현실이었다.

최근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이 장비업체와 긴급 대책회의를 잇따라 갖고 있지만 해외 핵심부품 공급업체들로부터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통보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루슨트 등이 한국시장의 이상열기를 감지하고 곧바로 라인 증설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 정도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회선적체 문제는 인터넷 등 우리 통신서비스 시장의 명암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곰곰이 연구해볼 만한 과제다.

장비구득난에서 야기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적체문제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회선을 열망하는 수요층이 10대나 20대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으며 이를 40대나 50대가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이같은 통신서비스 관련 가입자 적체 및 관련장비 수급 불일치는 지난 97년 이후 이동전화시장에서 그대로 발생했던 상황인데도 불과 2∼3년 만에 또다시 똑같은 양상으로 재연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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