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아파트>부엌도 달라야한다

사이버아파트 시대의 부엌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요즘 국내 시스템키친 업계의 빅3 한샘·에넥스·리바트는 이런 고민에 밤샘을 거듭하고 있다. 부엌이 아파트 한 채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0%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식당과 부엌이 통합되는 경향이 짙은 데다 주부가 주사용자가 되는 공간이므로 디자인이나 컬러 및 시스템 구성에서 주부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의 70%가 부엌에 놓이기 때문에 주요 붙박이(Built in)가전에 대해 가전업체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이버아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홈서버가 인터넷TV가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미래의 가정에서는 현재의 부엌과 식당 중간 어디쯤에 홈서버가 놓이게 될지도 모를 일』이라며 빌트인가전의 정보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분양 후 2년 뒤에나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아파트 분양의 특성상 2년 뒤 고객취향을 미리 읽어내야 하는 어려움까지 가중된다. 그러나 대단위 아파트 단지 조성은 건설사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시스템키친 업체들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 현실. 최근에 결성된 사이버아파트 컨소시엄에 시스템키친 업체들도 참여해 건설사의 방향에 발맞춰가고 있다.

시스템키친 업체들이 사이버아파트에 접근하는 방향은 주로 디자인 측면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사이버 느낌을 주는 메탈 컬러와 금속 소재 및 단순한 디자인을 다수 채용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굴곡 있고 고풍스런 문짝은 사라지고 불투명 유리나 금속 소재를 사용해 가볍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 젊은 주부들의 편리성 추구와 간편한 식생활 습관에 맞춰 작업대의 크기를 줄이고 수납공간을 늘리는 한편 사이버아파트의 통합단말기를 설비할 수 있도록 식탁 옆에 수납장을 설치하는 등 정보가전용 수납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사이버 시대는 커뮤니케이션의 시대라 할 만큼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고 가족들의 주 대화공간으로 거실보다 식당이 부각되는 경향에 따라 주부가 요리를 하면서 가족과 대화할 수 있고 다른 가족구성원도 함께 요리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일랜드형(섬형) 식탁이나 오픈형 배치를 다수 도입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주부의 동작과 호흡 등을 분석해 건장진단을 해주는 시스템까지 시스템키친에 도입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는 아직 그런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샘(대표 최양하 http://www.hanssem.com)의 경우 사이버아파트 공략 전략은 4가지로 요약된다. 휴먼스케일, 최첨단 인테리어, 정보기기와의 조화, 환경친화적 가구가 그것이다.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발굴해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가구를 제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샘은 삼성물산과 함께 사이버아파트 컨소시엄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한국주부의 체형과 생활습관에 알맞는 부엌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팩스(전자제품), 한녹스(조명), 한샘인테리어 등 자회사를 통해 작은 부분에까지 이미지의 일관성을 견지한다는 전략이다.

에넥스(대표 박유재 http://www.enex.co.kr)는 삼성물산·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풍림·서원·LG·벽산·건영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현재 건설중인 주요 대단지 아파트에 부엌가구를 납품하고 있는데 컬러와 마감재가 깔끔하고 소비자 위주의 편의성이 뛰어나며 건설사의 콘셉트와 잘 조화되는 디자인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단순한 디자인과 대형 수납장 및 코너 활용 디자인 등 공간활용도가 높은 디자인으로 현대건설 물량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바트(대표 변태성 http://www.livart.co.kr)는 아파트 신축 설계에 초기부터 참여, 부엌디자인의 콘셉트가 전체 아파트 디자인에 고루 투영되도록 하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과 금속 느낌의 소재 및 밝은 톤 선호는 타 업체들과 동일하다. 그러나 뚜렷한 차이는 자사 시스템키친에 적합한 정보가전을 자체적으로 기획, 아웃소싱을 통해 통합단말기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 현재 쌍용건설(경기 용인 구성), 고려산업개발(경기 용인 보정리), 서울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 등 건설현장에서 차세대 사이버아파트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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