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의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업계에서는 새삼 투자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전자는 2년 넘게 짓눌러온 멍에를 벗었으나 결국 해외투자의 실패라는 얼룩을 남겼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전자의 공장 매각은 비록 외환위기라는 돌발변수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이나 분명한 것은 실패한 투자라는 사실』이라며 『국내 반도체업체의 투자전략 전반을 재검토해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얻은 것과 잃은 것
현대전자는 이번 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규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1억6000만달러 안팎의 현금을 챙기게 됐으며 껍데기뿐인 공장의 유지비용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또 충분한 것은 아니나 현대전자는 증설중인 차세대 반도체의 생산설비 증설에 매각대금을 보태 투자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현대전자는 언급을 회피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 공장에 투자한 금액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받을 매각대금도 투자액에는 크게 못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현대전자는 현지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추진해온 투자를 결국 무산시켜 대외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특히 정몽헌 현대 회장은 공장의 기공식에까지 참석할 정도로 스코틀랜드 공장에 관심을 보여왔던 터라 현대전자 역시 이번 매각을 아쉽게 여기는 눈치다.
◇조심스러워진 반도체 투자
반도체업계는 새삼 신중한 투자전략의 중요성을 깨닫는 눈치다.
막대한 금액을 오랜 기간 쏟아부어야 하는 반도체 투자의 특성상 투자중단은 해당업체에 큰 타격이다.
현대전자는 다행히 초기단계에서 중단해 막대한 손실을 피했으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피해가 만만치 않다. 현대전자 관계자들은 일정대로라면 벌써 생산에 들어가 당장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전자의 공장 매각으로 국내 반도체업체의 투자행보는 더욱 조심스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뤄진 삼성전자와 모토로라의 공장 매각을 들먹인다. 파주 공장 매각은 성급한 투자결정으로, 부천 공장 매각은 선행투자를 잘 해놓고도 성급히 포기한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꼭 1년 전 페어차일드반도체에 부천 공장을 4억5000만달러에 매각했다. 지금 삼성은 이를 후회하고 있다. 생산공장의 부족으로 시스템LSI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자 이미 팔아버린 부천 공장의 생산라인이 절실한데다 페어차일드의 전력용 반도체사업이 요즘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현대전자의 스코틀랜드 공장을 인수한 모토로라 역시 지난해 파주 공장을 대만의 ASE에 넘겼다. 공교롭게도 매각대금은 현대전자로부터 공장을 인수하는 금액과 엇비슷한 1억4000만달러.
모토로라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장을 팔았으나 가동한 지 1년 반밖에 안된 공장을 매각하자 당시 업계는 졸속투자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워낙 변수가 많은 것이 반도체산업이라지만 이처럼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결정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관심은 현대전자의 또 다른 해외 공장인 웨일스 공장에 옮겨가고 있다. 외신은 인텔의 인수 가능성을 점치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투자재개의 가능성을 포함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을 하든 투자를 재개하든 현대전자는 미래 환경변화까지 주도면밀하게 고려한 뒤 결정을 내려야 지난 실패를 벌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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