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미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컴퓨터 직접판매업체 미 게이트웨이가 공동으로 이달 7일 인터넷 접속기기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이 약속대로 제때에 제품을 출시한다면 인터넷기기 시장은 한층 활기를 띨 것이다. 하지만 성공여부는 미지수다. 양사의 인터넷기기 시장 성공 가능성을 살펴본다.
◇어떤 제품인가=양사는 합작 발표문에서 『일상생활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이 시장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제공하는 기기는 원버튼으로 AOL의 인터넷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AOL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와 e메일, 뉴스, 스케줄 관리, 요리정보, 쿠폰 및 식료품 목록과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양사는 모두 세 종류의 제품을 공급할 예정인데 이들은 리눅스를 운용체계(OS)로 하며 게코(Gecko)기반 브라우저를 사용한다(게코는 넷스케이프사에서 만든 새 브라우저).
AOL과 게이트웨이가 선보이는 세 종류의 인터넷기기들은 다음과 같다. △카운터톱형:2000년 말 출시 예정으로 특징은 작고 가볍다는 점. AOL과 게이트웨이는 『부엌, 거실 등 가장 사용이 활발한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제품은 무선 키보드에 LCD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다. △웹패드형:2001년 중반 출시예정으로 터치스크린과 무선 키보드를 옵션으로 제공하며 디지털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다. △데스크톱형:2000년 말 출시 예정이며 PC보다 저렴하며 「단순화된 인터넷기기」라고 보면 된다. 웹패드형이나 카운터톱형보다는 크기가 크다. 전통적 컴퓨터 스크린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모형으로 뉴스, e메일, 웹 콘텐츠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가능성=AOL과 게이트웨이의 접근 방법은 새로운 인터넷기기들이 가정용 PC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할 것이라는 미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SA)의 「온라인 홈」이라는 보고서를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적 PC 직접판매업체인 게이트웨이가 하게 될 역할은 AOL이 지난해 10월 이 회사와 광범위한 제휴를 맺고 8억달러나 투자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동안 PC에 대한 마진 압력은 계속돼왔는데 SA에 의하면 가정용 PC 매출이 앞으로 5년간 평균 1% 정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게이트웨이는 그들의 기술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새 시장을 찾아야할 절대적인 필요성에 직면해 있었다. 양사가 공급하는 인터넷기기들은 푸딩에 대한 최신 조리법을 다운로드 받기 위해 PC 주변에서 부팅되기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바쁜 가족」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SA의 「Early Technology Adopters:Researching Attitudes And Motivations」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간을 가장 가치있는 상품으로 생각하고 있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기가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즈니스 모델 문제가 모든 인터넷기기 개발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인데 버진, 암스트래드 같은 업체들은 잠재적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매출 그리고 기기 판매를 연결하는 새 모델을 찾아낸 대표적인 업체다.
AOL과 게이트웨이가 새 인터넷기기에 잠재적으로 책정한 500달러라는 가격은 적어도 이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 확실한 가격을 언급할 수 없는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고 있는 잠재성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만일 이러한 기기들이 보급되기 시작하면 많은 디자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AOL과 게이트웨이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평판 디스플레이 가격이다(적어도 웹패드와 카운터톱에 있어).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평판 디스플레이 가격은 포스트PC 기기들을 개발하는데 있어서 주요한 장애 요소로 남아 있다. 그리고 만일 AOL과 게이트웨이가 터치스크린 기능을 부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 이것은 단지 비용만 더 증가시킬 것이다. 만일 AOL이 실제로 「바쁜 가족들」의 부엌에서 사용되고 있는 카운터톱 형태의 기기를 생각한다면 다른 요리 기구와 부딪치거나 긁히는 것은 물론, 케첩이 쏟아지거나 뜨거운 물이 기기 위에 튈 수 있는 가능성들을 고려하여 기기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많은 기술적인 문제들도 상세히 검토돼야 한다. AOL과 게이트웨이가 제품 개발에 들어간 이후 기술 문제에 대한 대답은 단지 아직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기기들이 미국인들의 95%가 현재 사용중인 협대역을 위해 고안된 것으로 추정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비자들이 온라인에 신속하게 접속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항상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또 단일 아날로그 전화선이 전용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항상 다이얼업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양사가 제공하는 인터넷기기들이 어떤 형태의 홈네트워크 표준을 지원할 필요가 있는가는 분명해 보인다. 웹패드형은 분명히 무선 네트워킹을 기반으로 한다. 애플의 아이북은 이러한 접근 방법을 채택한 최초의 대중화 제품 중 하나다. 그러나 AOL과 게이트웨이는 자신들의 완성된 기능이 적절하게 실생활에서 적용될 수 있는지 광범위한 시험을 시도해야 한다(미국과 유럽에서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카운트톱과 데스크톱 기기는 유선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게이트웨이는 이러한 기기들이 어떤 기술을 지원할 것인지를 결정해야만 한다(미국 시장에서는 적어도 홈PNA가 분명한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고 또 만일 AOL과 게이트웨이가 논쟁의 여지가 있는 500달러라는 가격에 공급한다고 해도 이것이 소비자들을 상점으로 달려가게 할지는 의심스럽다. 또한 500달러는 저가의 PC나 웹TV 세트톱 박스와 함께 두 대의 TV를 살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SA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달러 정도가 소비자들이 영상전화기 구매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가격이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은 소비자들의 최초 구매 비용을 줄이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러나 인터넷 영역에서 유사한 모델들이 지금까지 대중 시장 수요를 창출하는데 실패해왔다. 이유는 소비자들이 서비스 제공회사에 장기간 온라인 대금 이체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AOL은 새로운 문제점에 직면했다. 그것은 AOL은 이미 미국의 1100만 가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으며 만일 이러한 가구들이 이미 하나의 AOL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면, 새로운 AOL 접속 단말기 구매를 보조받기 위해 추가 가입에 나설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AOL과 게이트웨이는 또한 보조금으로 잠재적인 e커머스 수입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두 거인들은 이 모델이 제대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가지고 있는 반면 수요가 현실화되는데 실패한다면 똑같이 어려움에 말려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이러한 기기들을 과연 원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S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차세대 소비자들은 휴대형 및 데스크톱 PC를 초소형PC나 기타 핸드헬드 기기들을 제치고 웹 접속을 할 수 있는 가장 인기있는 제품으로 꼽았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두 가지 경고하고자 한다. 첫째 AOL은 1년 넘게 「즉시 접속(Instant Access)」 옵션에 대해 조사해 왔다. 확인된 적은 없지만 지난 99년 4월 AOL이 인터넷 영상 전화기를 출시할 계획이며, 알카텔과 제휴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99년 10월 발표된 AOL과의 제휴에서도 게이트웨이는 수개월 내에 인터넷기기를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품 출시가 예정대로 되지 않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그러나 발생할 수 있으나 예측할 수 없는 지연은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선보일 때 손해가 불가피하다.
◇결론=인터넷기기 시장은 「소비자의 요구」보다는 「산업의 압력」이 더 많다. 만일 성공한다면 AOL과 게이트웨이의 제휴만큼 강력한 산업 압력이 발생할 것이다. 양사는 새로운 제품에 대한 보조정책을 써야할 필요가 있고 이는 서드파티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게이트웨이에 이번 제휴는 전통적인 PC시장에서 벗어나 수백만대의 새로운 기기 시장 창출이라는 기회를 의미한다. 또 AOL에 이번 움직임은 소비자의 마음에 업계 최고의 양방향 인터넷서비스업체라는 인식을 확고히 디지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다른 온라인 서비스업체들과 인터넷기기 제조업체들은 양사의 인터넷기기 시장 진출로 당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PC를 원하고 있으며 또 기능이 향상된 TV 세트톱 박스를 구매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터넷기기의 보급이 활성화 된다면 PC와 TV기반 서비스시장을 잠식할 것이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삼성전자 반도체, 연말 성과급 '연봉 12~16%' 책정
-
2
한덕수 대행도 탄핵… 與 '권한쟁의심판·가처분' 野 “정부·여당 무책임”
-
3
“12분만에 완충” DGIST, 1000번 이상 활용 가능한 차세대 리튬-황전지 개발
-
4
정보보호기업 10곳 중 3곳, 인재 확보 어렵다…인력 부족 토로
-
5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6
프랑스 기관사, 달리는 기차서 투신… 탑승객 400명 '크리스마스의 악몽'
-
7
“코로나19, 자연발생 아냐...실험실서 유출”
-
8
美 우주비행사 2명 “이러다 우주 미아될라” [숏폼]
-
9
단통법, 10년만에 폐지…내년 6월부터 시행
-
10
권성동, 우원식에 “인민재판” 항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 성립으로 단정”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