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M D램 개발의 의미와 전망

삼성전자가 최소 회로선폭을 적용한 512M D램을 개발한 것은 차세대 1기가 D램 시대가 열리기 전의 중간시장을 선점하면서 차세대 미세공정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D램의 저장용량은 4배씩 뛰는 것이 일반적이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제품의 저장용량은 기존 상용제품인 256M D램의 두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0.13미크론의 공정기술로 1기가 제품을 개발했으나 관련 시스템의 사양변경 등으로 본격적인 수요형성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512M D램의 조기상용화를 추진해왔으며 이번에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1기가 제품을 진열해놓고 실제로는 512M D램으로 실속을 챙기겠다는 속셈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PC100 PC133 등 기존 메모리 규격은 물론 차세대 메모리 규격인 DDR까지 동시에 지원할 수 있게 개발함으로써 메모리반도체시장을 무차별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황창규 메모리부문 대표는 『이번 512M D램은 기술 자체도 경쟁사에 비해 앞서지만 워낙 변수가 많은 메모리반도체의 특성상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이 이제 0.18미크론 기술을 상용화하고 기술개발 수준이 0.15∼0.13미크론급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세계 최초로 0.12미크론 기술을 개발, 극한기술로 평가받는 0.1미크론 기술의 개발에 경쟁사들에 비해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은 특히 이번 512M D램에 적용한 신공정 기술을 기존 64·128·256M 제품에 적용할 수 있어 경쟁사와의 원가경쟁력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주요업체간 경쟁체제가 들어서면서 가격경쟁이 격화될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높은 생산성으로 경쟁사들의 추격을 뿌리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512M D램 시장 자체의 전망도 매우 밝다. 시장조사기관인 세미코리서치는 512M D램이 2004년께 411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해 D램 전체시장의 53%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삼성은 이 시장의 20% 이상을 독식한다는 전략이다.

512M D램의 수요는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외에도 대용량 그래픽 처리를 요구하는 고성능 PC나 동영상회의시스템, 원격의료시스템, 양방향 통신 등 다양한 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시장가격도 개당 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12대의 대형 컨테이너에 이 제품을 선적해 수출할 경우 우리나라가 한해 수입하는 원유 수입액 150억달러에 맞먹을 것이라고 비유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들에 비해 1년 이상 앞선 내년 하반기중 양산에 돌입함으로써 이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며 20% 시장점유율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설명한다.

황창규 대표는 『이번 512M D램에는 저저항 배선, 탄탈룸 산화막 공정, 저유전층간 절연막 등 최신 미세화 기술을 총동원했으며 이번 제품 개발을 계기로 삼성은 차세대 메모리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