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용 정보기기 개발보급 대책시급

장애인용 정보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이의 개발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장애인의 재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용 장비개발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업 대부분이 원천기술개발에 주력하기보다는 이미지 제고를 위해 장애인 시설에 정보기기를 기증하거나 단순한 일회성 행사를 개최하고 있어 정보화시대에 평등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위한 보다 종합적인 민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IT업체들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인터넷서비스를 개시하거나 장애인이 동참하는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 행사의 대부분이 장애인의 재활이나 장애극복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장애인의 정보화능력을 평가하거나 단순 지원 차원에 그치고 있다.

야후코리아가 정신장애인을 대상으로 지난 18일 인터넷 서바이벌게임을 개최했으며, (주)마이크로소프트도 21일 시각장애인복지회 실로암에 컴퓨터를 비롯한 하드웨어와 시각장애인용 특수 소프트웨어를 기증하고 복지관내에 장애인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공동연구팀을 발족한다고 밝혔다.

또 원격교육시스템 전문업체인 영산정보통신이 장애인 정보화교육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 원격교육시스템을 지원하고, 사이버교육 전문사이트인 유니캠퍼스와 배움닷컴도 지체장애인을 대상으로 무료이용권을 증정했으며, 인터넷 자동차 전문업체인 카마스도 장애인 단체 및 개인 차량에 무료점검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IT기업들이 장애인의 정보능력을 평가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정보기술을 활용, 장애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 및 이의 상용화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장애인용 정보기기의 개발이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산업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문서데이터를 음성으로 출력 가능토록 하는 음성출력엔진이 LGEDS와 삼성전자에 의해 각각 개발돼 현재 LGEDS의 「소리글」과 삼성SDS의 「매직보이스」는 각각 4.0 버전과 2.2 버전이 출시되고 있다.

또 충북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김석일 교수는 일반 문서를 점자로 변환해 출력할 수 있는 역점역을 개발,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다일정보통신이 지체장애자들을 위해 컴퓨터 키보드를 대신해 안경을 쓴 상태에서 눈 움직임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는 안경마우스를 개발했으며, 재활공학연구센터는 정신장애자들을 위해 인공지능보조기를 개발, 최근 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그러나 장애인용 정보기기들을 개발하기 위한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은 국내시장 자체가 워낙 협소한데다 장애인 대부분이 고가의 첨단장비를 구입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이를 상용화해 보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음성인식 기술개발 전문업체인 거원시스템은 97년 5월 장애인용 음성인식SW인 음성마법사를 개발해 놓고도 수익을 내지 못해 사업을 포기한 예에서 보듯, 상용제품이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거원시스템 김정균 실장은 『외국처럼 정부 차원에서 복지예산으로 SW를 구매해 장애인에게 무료, 또는 염가로 제공하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장애인용 SW개발은 요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활공학연구센터 또한 인공지능보조기를 개발해 중소기업에 이전했지만 해당 기업이 수익을 이유로 양산을 주저하고 있으며, 안경마우스를 개발한 다일정보통신은 정부로부터 우수기술 국산신기술로 인정받기도 했지만 당초 8월 양산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공학연구센터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장애인용 정보기기를 개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해서는 장애인용 정보기기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사회보험제도를 적극 도입함으로써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부터 디지털 평등사회 구현을 위해 장애인용 정보기기의 개발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지만, 개발된 제품을 상용화하고 장애인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욱 swyang@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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