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기계가 만들어 내는 음향 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소리다.
최근에는 『전화왔습니다』라고 말해주거나 아름다운 멜로디로 착신음을 대신하는 전화기도 있다. 아예 『여보세요』라는 수신자의 목소리를 인지해 손대지 않고 통화하는 전화기가 있는가 하면 컴퓨터에 버금가는 능력을 발휘하는 유선 전화기(웹폰)도 등장했다.
제일 먼저 대중화되고 가장 폭넓게 보급돼 20세기를 풍미했던 일반 유·무선 전화기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태세다. 집안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선(cordless) 전화기가 등장해 통화공간을 넓혀놓은 것은 그다지 큰 변화가 아닌 셈이다. 이제는 얼굴을 마주보며 통화하고 사용자를 인터넷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21세기형 유·무선 전화기들이 속속 나오면서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물론 유·무선 전화기가 이동전화의 폭발적인 성장과 곧 상용화될 차세대 무선통신(IMT2000)단말기의 위세를 누르지는 못하겠지만 가정에서 전화로 통신하는 모습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달리 할 사람은 없다.
◇전화기의 기원=전화는 그리스어 「멀다」(tele)와 「소리」(phone)에서 유래했다. 이미 17세기 후반부터 아이들은 「줄」을 이용한 전화를 가지고 놀았다.
전선을 통해 전기적으로 음성을 전송하는 실용 전화기는 1876년에 등장했다. 그레이엄 벨이 실용 전화기의 발명자로 알려졌지만 당시에도 공기중의 진동인 음성이 고체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것과 그 진동을 금속 안에서 전기적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는 개념은 기정 사실화돼 있었다. 따라서 벨은 상존하던 개념을 이용해 전화기를 상용화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유선전화는 단파 중계에 의한 대륙간 통화(1926년)를 실현했으며 무선통신기술과 연계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나마 선(wire)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전화기의 현재와 미래=지금은 이동전화의 도약기다. 지난 2월 말 국내 이동전화 가입자가 약 2542만8000명에 달한 반면 유선전화 가입자는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을 합해 2143만5000여명에 그쳤다. 지난 1세기 동안 대표적인 기간통신장비로서 입지를 다져온 유선 전화기가 이동전화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공중전화교환망(PSTN)을 기반으로 하는 유·무선 전화기의 미래는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인다. 최근 유·무선 전화기 시장이 침체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영상전화기, 웹폰 등 유선 기반의 차세대 전화기를 선보임과 동시에 탁월한 디자인과 원가절감을 통해 신규 수요를 꾸준히 창출하고 있다. 특히 영상 전화기와 웹폰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디지털 가전시대를 여는 전위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내 시장현황=90년대 초에서 중반까지 국내 유·무선 전화기 시장은 900㎒ 무선 전화기를 중심으로 형성돼 지난 96년에는 무선 전화기만 약 250만대 3200억원에 달했다. 당시 900㎒ 무선 전화기는 유선 전화기 본체로부터 반경 100m 내에서 통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정주부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97년 말 이후로 이동전화 수요가 급신장하고 IMF 경제한파가 본격화되면서 무선 전화기 시장 규모는 98년 2500억원, 99년 1300억원 수준으로 빠르게 침체됐다. 유선 전화기의 수요 침체현상은 더욱 심해 연 250만대 400억원 시장으로 위축됐다.
이같은 시장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관련 업계는 △디자인 개선 △원가절감 △브랜드력 제고 등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영상 전화기나 웹폰을 출시해 조심스럽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가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특히 사회가 황폐화되면서 폭증하는 폭력전화로부터 해방되고픈 사용자 욕구를 간파, 발신자 전화번호 추적서비스(caller ID services) 전용 단말기의 상용화를 적극 준비하는 모습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LG정보통신·태광산업이 약 75%를 과점한다. 특히 태광산업은 지난해부터 월평균 4만5000대의 판매 실적을 이어가며 두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이밖에 대우통신으로부터 분사한 데이통콤과 최근 시장에 재진입한 해태전자를 비롯해 환화/정보통신·한창·롯데전자·델타콤·이레전자산업·미래통신 등이 관련시장에 참여한 상태다.
이와 함께 지난 98년 이후로 시장침체에 따른 유·무선 전화기의 부가가치가 하락하면서 대기업들의 관련 분야 분사와 퇴출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98년 가전그룹에 속해있던 유·무선 전화기사업의 생산분야를 분사, 노비타(대표 김영은 http://www.novita.co.kr)를 설립했다. 대우통신도 올해 초 유·무선 전화기를 비롯해 복사기·팩시밀리·011청약사업 등을 데이통콤(대표 주진용 http://www.dtcom.co.kr)으로 분사, 이관했다.
이에 따라 유·무선 전화기 시장은 삼성·LG·대우 등 대기업이 주도하던 구조를 벗어나 태광산업·해태전자·데이통콤·노비타·델타콤·이레전자산업·미래통신 등 중소형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전망=분명 유·무선 전화기 시장은 침체일로에 있다. 일반 유·무선 전화기의 대표 상품인 900㎒ 무선 전화기 시장도 96년 이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집계된 한국통신의 시내전화 가입자가 2124만여명으로 지난해보다 0.61%, 하나로통신 가입자도 19만여명으로 42.54%가 증가하는 등 유선통신 가입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유선통신 가입자 수 증가 추세에 맞춰 유·무선 단말기의 신규·대체 수요도 큰 폭은 아니지만 계속 창출되리라는 것이다.
또한 관련 업계는 오는 8월부터 발신자 전화번호 추적서비스가 시작되고 무선전화기의 디지털화로 통화거리가 100m 이상 늘어나면 얼마든지 신규 수요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영상전화기의 판매가격이 100만원 이하로 인하되는 추세여서 곧 대중화의 꽃을 피울 태세고 삼성전자·대우통신·맥슨전자·팬택미디어 등이 선보인 웹폰도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유·무선 전화기 업계의 앞날을 밝히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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