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발표 이후 「벤처붐」을 형성하며 거침없이 내달려왔던 국내 벤처산업이 마침내 재도약의 기로에 섰다.
그동안 벤처붐 조성에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했던 코스닥시장이 가파른 내림세를 보이더니 17일 나스닥 주가폭락의 영향으로 「블랙 먼데이」로 간주될 만큼 사상 최대의 「주가폭락사태」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에서 시작된 벤처기업 전반의 거품론도 절정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벤처산업 전반에 걸쳐 뿌리부터 판을 새로 짜야 하며 그동안 정부 주도로 추진돼온 벤처 육성정책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되짚어 새로운 한국형 벤처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특히 이번 주가폭락을 계기로 벤처기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평가기준이 새롭게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시장을 떠받쳐온 벤처기업은 뚜렷한 평가기준이 없이 막연한 미래가치, 성장가능성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지나치게 높이 평가돼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인터넷 벤처기업은 뚜렷한 실적이나 수익모델이 없이도 「인터넷」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주식시장의 활황세를 주도하는 특권을 누려왔다.
그러나 이번 주식시장의 대폭락을 계기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주 중심의 국내 벤처산업은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T 벤처기업 스스로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시점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코스닥이나 제3시장, 혹은 인터넷공모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온 벤처기업들의 자금조달 전략은 일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과거 및 미래가치, 기술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던 벤처기업들은 그동안 수행하던 비즈니스 전략을 충실히 수행하는 한편 오프라인 강자들과의 인수합병(M&A) 또는 업계 수위업체들과의 협력관계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벤처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하고 있는 벤처캐피털 등 벤처투자기관의 인식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검증되지 않은 미래가치 하나로 고평가를 받았던 벤처기업보다는 실질적인 수익기반을 갖춘 벤처기업이 투자가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는 투자패턴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얘기다.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은 『그동안 벤처기업의 내재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며 이번 주가폭락으로 인해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며 『이제 인터넷기업의 평가기준이 미래가치에서 수익모델로, 또 현금보유 여부와 오프라인과의 결합을 통한 실제적인 수익창출 여부로 옮겨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주가폭락사태를 계기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보다 냉정하게, 그리고 영업이익을 내는 벤처기업을 선별적으로 투자, 벤처기업의 옥석을 구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벤처캐피털 등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될 경우 좋은 아이디어로 창업을 준비하는 신생 벤처기업들에 사업기회를 박탈하는 부정적인 효과도 우려된다』며 『하지만 IMF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한 벤처산업을 명실상부한 우리 경제의 중심축으로 육성한다는 차원에선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평가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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