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의 특징인 폭발적 수요증가 현상이 인터넷 사용인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미국 가정의 50%가 이미 인터넷을 쓰고 있고 EU는 12%가 사용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1000만명이라 하니 인구의 23%에 달하고 가구비율로는 45%가 인터넷을 쓰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용의 질적 수준 면에서는 문제가 있다. 인터넷 속의 정보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는 데 비해 한국 대학졸업생의 평균 영어능력은 미국의 초등학교 졸업생보다 못하다는 점이다. 영어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오부치 총리는 영어를 일본의 제2공용어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였고, 요르단 국왕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공부, 4학년부터는 컴퓨터 사용법을 필수로 할 것을 선포했다. 싱가포르의 경우 건국 초기부터 인구의 대부분이 중국계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기본 공용어로 채택했다. 홍콩의 지난 반세기 동안의 번영이 영어를 공식언어로 사용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인도가 소프트웨어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영어를 공용어로 써왔다는 배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영어가 국제어라는 것은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데 국가의 최고지도자들이 영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혁명의 급진전과 냉전후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 것 등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새 천년은 몰라도 적어도 새 백년은 인터넷세상이자 미국 주도의 시대다. 그리고 인터넷과 미국의 기본언어는 영어다. 미국은 100%, 인터넷은 90%가 영어로 되어 있다. 마치 2000년 전의 로마와 기독교가 그 후 인류역사에 라틴어를 통해 큰 영향을 준 것처럼, 그리고 3000년 전의 한자와 불교가 동남아시아에 수천년간 큰 영향을 준 것처럼 21세기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영어와 인터넷을 통해 형성될 것이 확실하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21세기의 디지털 혁명에서 선두주자가 될 것인가 낙오자가 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것은 디지털 통신관련 사회인프라, 즉 신 사회간접자본을 제때 확보하느냐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가상대학·원격진료 등 새 제도의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낡은 교육제도와 법률·관습·지역주의·방언 등을 어떻게 잘 조정하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영어능력의 전국민적 향상이 요구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선례가 있고 없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21세기의 초일류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라면 당연히 영어를 제1, 혹은 제2공용어로 지정하고 공교육이 시작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살아있는 영어를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영어를 이미 반세기 전에 공식언어로 채택한 싱가포르의 경우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에 가보면 길거리의 교통안내 표시판이 영어로 되어 있어 방문객에게 편리한 것은 물론, 택시 운전기사나 식당의 종업원도 영어를 구사하고 있어 관광객에게 불편이 거의 없다. 그렇다고 그들 고유의 언어(대부분 중국어)가 없어진 것도 아니다.
이같은 언어정책으로 싱가포르는 매년 자국 인구의 2배가 넘는 관광, 비즈니스 및 학술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영어를 바탕으로 하는 유리한 여건 아래 이미 10여년 전부터 정보기술(IT)대국을 지향해 일사불란하게 매진하고 있다. 자국 인구의 2배라는 관광객은 한국의 경우 무려 8000만명, 즉 지금의 20배 이상의 손님을 뜻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같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이미 인터넷시대 이전에 달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을 많이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이 점에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21세기의 앞서가는 나라가 되려면 당연히 IT대국과 관광대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 수준을 획기적으로, 아니 혁명적으로 높이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교육제도의 혁명적 개혁 없이는 영어교육이나 또하나의 중대과제인 과학교육의 혁명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관료적·획일적 통제방식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창의력을 키워야 하는 현대적 교육수요와는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관 주도가 아닌 백화제방식 민 주도의 교육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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