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에게 삼성이나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 그룹으로 꼽히지만 삼성이나 LG의 브랜드 이미지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삼성이나 LG를 안다는 미국인들도 이들 기업의 주력 업종이 가전인지, 정보통신인지, 반도체인지, 화학인지 확실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일본기업 중 우리나라 재벌들처럼 문어발 경영을 하는 기업으로 미쓰비시가 있다. 미쓰비시는 소니나 도요타와는 달리 전자와 자동차 등에서 모두 손색없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미국시장에서 전자나 자동차 어느 한 곳에서도 선두를 달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TV의 경우 미쓰비시는 소니 제품에 비해 훨씬 싼데도 판매량에서 소니에 뒤져 있다. 자동차에서도 미쓰비시는 도요타나 혼다에 비해 제품 성능에 차이가 없지만 가격과 판매면에서 모두 열세다.
상황을 바꾸어 소니나 도요타가 각각 자동차 산업과 전자산업에 진출해 소니자동차와 도요타TV를 선보인다고 생각해 보자. 미국 소비자들이 세계 일류기업의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상품을 얼마나 찾을지 의문이다. 물론 주방가스기기 분야의 세계적 일류기업인 매직셰프가 냉장고 등을 내놓고 있지만 큰 성과를 거뒀다는 얘기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와 외국인들이 브랜드를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에게 있어 브랜드란 특정 제품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브랜드=신뢰의 기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마디로 브랜드 평가기준이 외국인들은 제품에 대한 품질 중심의 사고인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누가 만들었느냐는 원산지 중심의 사고가 앞서고 있다. 이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최근 발표한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 조사결과 전자·정보통신기기 부문에서 특정 기업 브랜드가 휩쓴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은 대부분 기업의 신뢰도에 근거한 패밀리브랜드 전략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모기업 브랜드만 인지시키면 밥상에 숟가락 더 놓기처럼 든든한 핵우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힘을 잃고 인터넷시장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비즈니스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불고 있는 e비즈니스는 기업환경을 무한수요·무한공급의 경쟁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다양한 개성과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하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이 하루에도 몇 건씩 발생하면서 브랜드 침투의 국경과 장벽도 사라졌으며 종래의 오프라인 가치보다 온라인의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기업경영환경에서 제품의 품질 향상과 함께 마케팅 활동이 브랜드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소비자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브랜드 선정과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선전, 그리고 전략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기업의 무형자산, 즉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가진 중요한 자산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 가운데 브랜드의 가치 및 중요성을 실감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e비즈니스 시대의 브랜드 전략은 오프라인시대와 달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명을 브랜드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세계시장을 상대로 매매상황을 염두에 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사업의 시작과 끝이 모호해지고 인수·합병이 쉽게 이뤄지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개별 브랜드를 떼어내 판매할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새로운 브랜드」라는 공식을 적용하여 브랜드마다 모두 성공시키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이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들이 「1브랜드=1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브랜드가 한 세기를 넘게 존속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려면 브랜드 관리는 철저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는 단순한 선택이나 단기간내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밀한 브랜드 전략아래 브랜드의 선택에서부터 권리확보, 광고선전 등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 그리고 이와 병행하여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그 명성이 얻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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