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7) 벤처기업

IMF<15>

『난 시집갈 거예요.』

『시집가서도 일할 수 있지 않아. 시집을 간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시대는 지나갔지.』

시집간다는 그녀의 말을 믿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하였지만 나는 이제 그녀가 결혼을 하여 가정에 안주하기를 바랐다.

『그런데 문 과장은 애인이 있소?』

『그걸 몰랐어요? 이 나이에 애인이 없으면 외로워서 어떻게 해요? 애인 있어요 저.』

『아. 그래요? 난 몰랐지. 애인이 누군데?』

『학교에 나가요.』

『선생인가?』

『대학교에 나가요.』

대학교에 나가면 학생이 아니면 교수였다. 그녀의 나이 서른 다섯 살인데 대학생 남자를 애인으로 가졌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교수인가? 뭘 가르치는데?』

『유전공학을 가르쳐요.』

『좋군.』

『뭐가 좋아요? 유전공학이 좋아요?』

『좀 특이한 것이잖아. 연애만 하지 말고 결혼을 하지 그래요.』

『하려고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죠 뭐. 서둘 필요가 뭐 있어요?』

그녀는 자신의 나이를 모르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잔에 양주를 따라 주었다. 우리는 술잔을 추켜들고 건배를 했다.

『문 과장의 새 출발을 위해. 이번이 계기가 되어 문 과장이 그 유전공학 교수하고 빨리 결혼했으면 싶소.』

그녀와 나는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술을 마셨다. 그녀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상황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나 이제는 상하 관계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허물없이 대했다. 술기운이 돌자 여자는 약간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하였다.

『정말 미안하오. 구조조정이란 참으로 하기 싫은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소. 이번에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는데 그곳에서도 구조조정을 하라고 압력을 넣었소. 그런 압력은 IMF에서만 넣는 것이 아니오.』

『시팔, 회사 이야기는 안 할 수 없어요?』

여자가 갑자기 나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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