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
디오시스(http://www.diosys.com) 강웅철 사장(34)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컴퓨터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감 하나만 믿고 뛰어들어 자본금 30억원 규모의 어엿한 PC업체로 발돋움한 것이다.
IMF한파가 불어닥칠 무렵인 지난 97년 용산의 조그만 PC 조립업체로 시작해 이제는 DIY(Do It Yourself)라는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디오시스의 성공비결은 바로 「차별화 전략」이다.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남이 안하는 것, 남이 못하는 것을 해야만 남다른 마켓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틈새시장을 발굴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강 사장의 첫 출발은 「한국와콤전자」였다. 96년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당시 잘나가던 세진컴퓨터랜드·아프로만·세양정보통신 등을 대상으로 각종 PC부품과 주변기기 영업을 담당했다. 그는 여기서 영업과 경영에 관한 노하우를 많이 배웠다.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여러 동료사원들의 영업일지를 들춰보았던 것이 뒷날 경영에 많은 보탬이 됐다.
지난 97년 「세일컴퓨터시스템」으로 의기양양하게 출발했지만 모든 사업이 그렇듯이 수많은 난관에 직면해야 했다. 대기업 제품에 비해 약한 브랜드,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만만찮은 해결과제였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소비자가 직접 PC를 만드는 DIY PC다. 맞춤 생산 개념을 PC에 적용한 것.
이를 계기로 이듬해 법인명을 「세일DIY컴퓨터」로 바꾸고 당시 컴퓨터업계에서는 다소 생소한 맞춤 PC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소비자들에게 PC 조립법은 물론 사용법까지 모든 것을 가르쳐 주고 최대한 서비스를 하라고 직원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직원들이 여기에 적극 호응해 열심히 뛰어 준 덕택에 PC업계에 비로소 방문DIY가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방문 DIY란, 말 그대로 개별 포장된 컴퓨터 부품을 가지고 전문 기사가 소비자의 집이나 사무실을 방문해 소비자와 함께 조립·세팅하고 기본적인 컴퓨터의 구조, AS, 업그레이드 방법 등을 상세히 가르쳐 주는 것으로 기존 판매방식과는 다른 영업행태다. 기존 시스템이 판매후 AS를 하는 방식이라면 DIY는 사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전서비스(BS)개념에 더 가깝다.
강 사장은 DIY PC만들기와 함께 색다른 마케팅을 생각해냈다. 이른바 「스타마케팅」이었다. 지난 98년 9월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진행자였던 연예인 이한우씨를 만난 것이 인연이 돼 이씨를 이사로 맞아들였다. 처음 이씨를 만나 사업설명을 했을 때 이씨는 방문DIY야말로 신지식 창조형 사업이라며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강 사장이 말했다.
이한우씨에 이어 연예인인 강남길씨도 이사로 초빙했다. 강 사장은 이씨와 강씨를 각각 경영컨설팅, 홍보담당 이사로 두고 본격적으로 DIY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강 사장은 『처음 TV CF를 시작할 당시에는 전국에 대리점이 40개에 불과했으나 두 이사가 참여한 뒤로 대리점이 꾸준히 늘어 지금은 130여개로 늘었으며 연말까지 300개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탤런트 전유성씨도 이 회사에 합류해 스타마케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강 사장은 자기만의 고객채널인 「신문고」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파악하고 유통망도 관리한다.
디오시스의 DIY방식 PC사업은 대기업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밀착 영업을 함으로써 고객들의 브랜드 로열티(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올초 한솔창업투자·우신개발금융·SD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25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준비했다. 이와 함께 다음주안에 PC업계의 유명 인사를 외부에서 초빙해 전문 CEO체제로 새로 출범할 예정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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