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이대로는 안된다>(상) 무엇이 문제인가

사상 초유의 결제불이행 사태를 몰고 온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 사건이 성도이엔지 대주주인 서인수 사장의 주식대여 결정을 계기로 외형상 잠복기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동안 우리나라 금융체계가 얼마나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하게 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공매도」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는 투자자와 일부 뜻있는 소액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폐지운동」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예 공매도 폐지를 위한 「7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공매도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의 개선책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상호신용금고를 화형에 처하라!」 「뻔뻔스런 ○○증권 폭파하라!」 「사기죄를 허용하는 금감원은 각성하라!」

사상초유의 결제불이행을 몰고 온 「공매도 사건」으로 그동안 공매도 제도 자체에 불합리성을 제기해 온 소액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다. 지난 연말부터 공매도가 일부 기관투자가들의 시세조작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라는 주장이 인터넷상에 제기되면서 일기 시작한 「공매도 철폐」 움직임이 지난 3월 29일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불붙고 있다.

이처럼 도마위에 오른 공매도 제도는 주식거래 후 3일이 지나서 결제가 되는 국내 증권거래의 특성을 이용해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주식을 팔 수 있는 것으로, 지난 98년 4월부터 본격 도입됐다. 따라서 기관투자가 등이 특정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주가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한 후 3일째 되는 날에 이 주식을 결제할 수 있어 공매도 3일 후 예상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차익을 얻을 수 있는 제도다. 물론 공매도를 통해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는 순기능도 없지 않다.

그러나 소액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대표적인 불공정 제도로 꼽고 있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증거금을 요구하면서도 △기관과 외국인에게는 증거금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차별적인 제도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힘없는 개인투자자들의 손발은 묶어놓고 각종 다양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기관이나 외국인에게는 날개를 달아주는 식의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매도는 언제든지 기관이나 외국인이 시세조정에 동원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특히 시장상황이 좋을 때는 그 횡포가 덜하지만 증시환경이 악화되면 시세차익의 도구로 활용되는 경우가 빈번해진다. 예를 들어 나스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소식이 전해지면 대다수의 소액투자자들은 이것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갈팡질팡하게 되고 이 때 주가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되면 손절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관이 대량으로 공매도를 주문하게 되면 개인들은 줄줄이 매도에 나서게 되므로 주가는 하락하게 되고 이때 기관이 얻는 시세차익은 엄청나게 증가하는 것이다. 기관은 또 이 때를 틈타 싼 가격으로 대량의 주식을 사들여 이중삼중으로 차익을 얻게 된다. 공매도가 기관이나 외국인의 작전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대량의 공매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는 기관이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이번 우풍의 「공매도 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난 3월 29일 우풍이 대우증권을 창구로 34만주의 주식을 공매도했으나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상한가를 치는 바람에 매물부족 현상이 발생, 증권 사상 처음으로 결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에는 U전자, K사, N정밀, M사, S기술 등이 대표적인 공매도 작전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대부분은 소액투자자들이 시장상황이 불안하게 되면 매도대열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특혜가 주어지는 대표적인 제도라는 얘기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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