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생체광이미징시스템
이제까지의 생체의용공학의 역사는 인체영상장비 개발기술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진단용 영상장비 개발은 현대 물리학의 기반인 양자물리학의 발견으로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엑스선의 발견으로 시작돼 현재 가장 보편화되어 있는 엑스선 영상 진단기기, 엑스선을 인체 주위로 투과시키는 CT, 인체 내의 수소 원자핵의 스핀을 이용한 MRI, 양성자 붕괴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이용한 PET 등이 현대물리학에 기반하여 현재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는 의료영상진단기기들이다. 이러한 의료 장비들은 전자파를 인체에 보내서 나오는 이미징(영상)을 통하여 의사의 진단에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차대세 의료영상진단기기는 무엇일까.
사용되는 전자파의 종류에 따라 위에 열거한 의료 영상 장비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하나는 파장대가 수 나노미터 이하인 수백 eV(전자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를 갖는 전자파 장비로서 여기에는 X-Ray, CT, PET 등이 속한다.
다른 하나는 마이크로미터의 파장을 갖고 에너지가 낮은 전자파 장비로서 MRI가 포함된다.
그러나 전자의 고에너지 소스 장비들은 인체에 들어가면 세포를 이온화 시키게 되는데 이것이 의학 장비로서의 문제점으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아직은 정확한 지표가 발표되어 있지는 않지만 인체가 이러한 의학 장비들에 많이 노출되었을 때 암의 유발 가능성 등과 같은 유해성이 확실히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MRI와 같은 장비들은 비이온화 복사 영상 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문제점은 없으나 현재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가격으로 일반인이 쉽게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인체에의 유해성, 경제성, 편의성과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서는 기존의 장비들이 할 수 없는 인체 조직의 신진대사까지 파악하기 위하여 현재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파장이 가시광선 이상이면서 또한 흡수가 많아 사용하기 어려운 적외선보다는 짧은 근적외선 광이미징 기술에 많은 연구 투자를 하고 있다.
적외선에 가까운 파장대를 주로 이용하는 근적외선 광이미징 방법은 근적외선 빛을 인체에 보내 투과된 빛의 세기, 위상 등을 분석하는 투과 방법(Transmission)과 투여된 광원 주위에서 흐트러져서(Diffused) 반사되어 나오는 빛을 분석하는 방법인 반사 방법(Reflectance) 등을 통해 영상이미지를 재현해낼 수 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인체 조직이 보이는 광 특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한개 혹은 여러개의 감지기(Detector)를 놓아서 흡수, 산란, 위상 차 등의 파라미터를 이미징하는 것이다.
이때 얻어진 광 특성에 따라 정상 조직과 암과 같은 비정상 조직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어 진단에 이용될 수 있다.
투과 방법은 그림 1a에서와 같이 배치되어 이상 부분의(검은 원) 2차원 위치 정보를 주게 된다. 반면 그림 1b와 같은 반사 방법은 이상 부분의(검은 원) 깊이를 알려준다. 그림 1b에서 「가」의 경로를 갖는 광자들은 높은 산란체인 인체에 의해서 흡수되는 확률이 「나」 경로의 광자들보다 낮아서 감지기에 도착되는 확률이 높아진다. 두 가지 방법 모두에서 이상이 있는 곳(검은 원)을 지나는 빛은 세기나 위상 등에 있어서 다른 곳과 구별이 된다.
그림 1a : 투과방법 그림1b : 반사방법
근적외선 이미징 양상(Modality)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그 중 가장 간단한 것은 연속파장(Continuous Wave) 방법으로서 단순히 인체를 통과한 빛의 세기만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사인곡선과 같이 위상(Phase)을 변조(Modulate)한 빛을 보내어 인체를 통과한 빛의 세기와 위상 변화를 분석하는 위상변조 분석 방법(PMS:Phase Modulated Spectroscopy)이다. 이외에도 시간 분해 분석 방법(TRS:Time Resolved Spectroscopy)이 있다. TRS는 인체에 샤프한 광 펄스를 주어서 인체를 통과하여 나온 변형된 펄스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노벨의학상 후보에 올랐던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B 챈스 교수는 이같은 위상변환방식을 응용해 혈관이 잘 분포되어 있는 유방암 진단을 위한 유방 이미징으로 개발되어 독일의 한 병원에서 임상 실험중에 있다.
챈스 교수는 일반적으로 암은 영양 공급을 위하여 주위에 혈관을 많이 만든다는 원리에 착안, 암이 있는 곳에서는 혈액의 광 특성을 분석해 암의 위치나 크기 등을 알아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혈액속의 헤모글로빈의 산화량, 탈산화량을 알면 암의 신진대사를 파악하게 되어 악성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법과 장비를 개발해 냈다.
탈산화된 헤모글로빈은 760나노미터의 빛을, 산화된 헤모글로빈은 850나노미터의 빛을 가장 잘 흡수한다.
따라서 두 가지 빛에 대한 조직의 광 특성을 동시에 분석함으로써 암의 대사를 판단할 수 있는데 이 점은 기존의 영상 장비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획기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유방암은 유방조직이 조밀한 경우 X-선조형법은 정상조직과 암조직을 구별하는데 많은 오차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여성의 경우 유방조직이 조밀하기 때문에 광이미징 진단은 X-선조형법과 초음파 진단에서 불가능한 암의 성질 파악도 가능하므로 한국여성에게 매우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의 제자인 메릴랜드대 화학 및 생명공학과 강경애교수는 현재 존 홉킨스병원과 깊은 정맥 혈전증(Deep Vein Thrombosis)광진단기의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여 심장마비, 폐 색전증(Lung Embolism), 뇌졸중의 원인이 되고 있는 DVP는 환자의 발 뒤꿈치에 방사선 동위원소가 들어간 액체를 주사해 이를 엑스선으로 검사하거나 초음파 영상으로 검사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나 주사하는 불편함 혹은 초음파의 경우 침투깊이에 한계가 있어 정맥속의 혈관밸브가 정상인지 판단할 수 없다. 강 박사팀이 개발한 광진단기는 근적외선 광 이미징 방법은 5㎒의 펄스율을 갖는 780나노미터 파장 빛을 이용한 TRS 방법과 760∼850나노미터 파장 광원 2개와 2개의 감지기를 이용한 연속 파장 방법을 사용해 근육조직의 피 함유량, 정맥혈의 흐름 효과도 등을 반사 방법으로 측정하는 원리를 채택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근적외선 이미징의 특성은 인체의 신진대사뿐 아니라 뇌의 활동을 알 수 있는 장비로도 이용될 수 있다.
챈스 교수는 PMS 방법으로 9개의 광원과 4개의 감지기를 동시에 이용하여 학습시 뇌피질(Cortex)의 활동을 관측하는 장비를 개발, 뇌의 기전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보통 760∼850나노미터의 두 파장대의 빛을 이용하여 헤모글로빈의 산화량과 탈산화량을 측정하여 뇌의 활동이 많은 곳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이론을 근거로 미국 고교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실험에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수천달러의 근적외선 장비가 수십억달러의 MRI에 비해 공간 분해능이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며 시간 분해당 능력이 마이크로초 단위로 보통 2∼3초의 분해능을 갖는 MRI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MRI, 문제는 CT와 같이 다양한 영상구성 방법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근적외선 뇌 이미징 장비는 향후 5년이내 MRI를 대체할 차세대 영상의료진단장비로 막대한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근적외선 영상구성법은 광-생체 상호작용을 알기 위하여 역 산란법(Inverse Scattering Method), 몬테 카를로 계산법과 같은 이론적 연구도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초분야에 보다 많은 연구 영역을 남겨 두고 있다.
경제성, 편의성, 휴대성뿐 아니라 현존 영상 장비를 능가할 수 있는 기술적인 특성 때문에 근적외선 광 이미징 방법은 미국을 중심으로 많은 연구개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방암 광 이미징 분야에서만 1년에 수십억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근적외선 광 이미징 방법은 유방암, 뇌 이미징뿐 아니라 전립선암, 피부암 진단 등 다양한 암 진단에 이용될 수 있으며 특히 암의 특성까지 알아낼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나라로서도 연구 개발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직은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시작단계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지금 연구 투자가 이루어 진다면 이 분야의 기술을 선점할 수 있으며 특히 재미 한국인 과학자들이 이 분야 연구에 많이 참여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광이미징 연구는 의학, 생물학, 물리학, 컴퓨터 공학의 연계성이 커 연구개발투자에 따른 기초분야 연구에 높은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볼티모어=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박선희 ETRI책임연구원 shp@www.etri.re.kr
협조 ETRI 기술기획실 기술조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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