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인터넷 시대에는 생명공학산업이 세계경제를 이끌어 갈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한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 박사는 현재 정보기술(IT) 산업의 뒤를 이을 분야로 생명공학 산업을 지목했다. 이는 현재의 「인터넷 바람이 잠든다」 하더라도 전자기술·IT의 비약적인 발달과 보급 확대는 결과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의 고도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생명공학산업이 포스트 인터넷시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란 설명이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 향상이라는 국가적인 목표에 귀결짓는 유전자공학·조직공학 등 생명공학산업 분야 가운데 의료장비가 커다란 한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반도체산업·이동통신기기·전자계측기 등과 함께 중요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요즘 의사들은 환자를 진단·치료할 때 의료장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얼마나 의료장비를 능숙하게 사용하느냐가 의사의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사용되는 상황이다. 의료정보 전문가들은 『의료장비가 「의사」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최근호는 오하이오주 주립대 메디컬센터에서 로봇이 심장 수술을 하고 심장전문의는 수술대가 아닌 컴퓨터 제어판 앞에 앉아 로봇을 조작했으며 심장 전문의들은 향후 심장수술 대부분이 이같은 로봇에 의해 이뤄질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양의대 의용생체공학교실은 최근 가상현실시스템을 이용해 기존의 정신질환 치료법이 갖고 있던 여러가지 단점들을 극복해 주는 획기적인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폐쇄공포증·고소공포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기존 치료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의료장비가 IT·전자기술의 발달에 힙입어 디지털화·첨단화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위해 통신기능을 장착한 디지털 의료장비가 진단·재활·분석·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봇물처럼 쏟아지는 추세다. 적어도 진단분야에 있어 통신기능이 없는 의료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는 의료기관에 명함을 못내밀 수 있음은 물론 도태될 것이라는 게 의료정보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장비의 디지털화로 그간 의료 혜택을 못받은 섬·오지 사람들은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의사는 촌음을 다투는 위급환자에게 원거리에서 적절하게 응급처치를 지시할 수가 있다.
또 생체신호·진단영상 등 환자의 각종 임상자료가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시공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되며 그 결과는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받아볼 수가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평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듯 디지털 의료장비는 의료서비스의 평등시대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의료기기기술연구소 연구조합은 세계 디지털 의료장비 시장이 오는 2010년께면 영상진단기시장 210억 달러, 생체신호계측기 70억 달러, 분석기 70억 달러, 재활기기 20억 달러, 병원정보시스템 100억 달러, 인공장기 50억 달러, 전자상거래(의료) 500억 달러 등 총 5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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