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2월, 한국IPC를 비롯해 아프로만·세양정보통신·한국소프트정보통신 등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안팎의 중견 PC업체들이 무더기로 도산하면서 국내 PC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PC유통업계의 공룡으로 주목을 받았던 세진컴퓨터랜드가 경영부실로 대우통신에 넘어가고 그해 말 뉴텍컴퓨터도 도산하자 중견 PC업계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반면 대기업의 입지는 더욱 굳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현주컴퓨터·성일컴퓨텍·주연테크 등 일부 업체들은 능동적인 시장 대처 능력과 독특한 시장 공략 전략을 마련, 현재는 대기업의 입지를 위협할 만큼 성장하고 있다. 또 세진컴퓨터랜드도 대우통신이 인수한 후 여러 차례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다.
이들 업체와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PC 보급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엘렉스컴퓨터·컴마을·PC뱅크·멀티패밀리정보산업 등도 중견 PC 업체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주컴퓨터의 김대성 사장은 영세 조립 PC 업체를 일약 대기업 PC 업체와 견줄 수 있는 우량 기업체로 키웠다. 김 사장은 지난해 국내 전체 PC시장에서 11% 수준의 물량을 공급하면서 그동안 3·4위를 놓고 각축전을 벌여왔던 대우통신과 LGIBM을 추월했다. 현주컴퓨터의 올해 목표는 40만대 판매, 4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86년 신구전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대성 사장은 IT업계의 대표적인 386세대를 자처하면서도 외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사업에만 열중하고 있는 인물. 86년 3월부터 89년 1월까지 한국종합전산과 서울컴퓨터주식회사 등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다 89년 2월 이종권씨와 함께 현주컴퓨터를 창립했다.
김 사장은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중견 컴퓨터 업체의 이점을 살려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전략을 폈다. 김 사장은 특히 최근의 추세가 초등학교 진학하면서부터 컴퓨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아 초등학교 멀티미디어 교실을 비롯해 중·고등학교의 교육정보화 사업에도 적극 뛰어든 것이 주효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97년 대우통신에 넘어간 뒤 이군희 사장 체제를 유지해오다 지난해 8월 지금의 변재주 사장 체제로 바뀌었다.
변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 83년까지 대한전선 전자·전기 외자부에 근무하다 자리를 옮겨 99년 1월 퇴임하기까지 줄곧 대우통신에서 구매·OA사업·컴퓨터사업 등을 담당했다. 퇴임후 세진컴퓨터랜드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는 세진컴퓨터랜드 고문을 지냈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변 사장은 25년간 대우통신에서 익힌 노하우를 활용, 그동안 양적 팽창에 머물렀던 세진의 경영방식을 질적 성장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올해 사업목표를 「정보화 사회를 선점하는 PC전문 양판점으로서의 유통망 정비」 및 「기업가치 증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에 두고 있다.
성일컴퓨텍의 이규서 사장은 현주컴퓨터와 함께 급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인물 중 하나다. 성일컴퓨텍은 지난 88년 성일전자산업으로 시작해 파워서플라이·케이스·스피커·모뎀 등 PC주변기기나 부품을 주로 생산하다 지난해 1월 성일컴퓨텍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일약 PC제조 업체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90년대 중반 「프로미디어」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도 늘려 국내 PC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PC를 비롯해 주변기기 등을 600만달러 어치를 수출해 전자산업 40주년 유공자 산업포장을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인터넷PC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몇 년전부터 종합 컴퓨터 업체로 변신을 서두르며 올해 1000억원대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는 엘렉스컴퓨터의 김남욱 사장은 서울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78년부터 82년까지 다른 전자회사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컴퓨터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84년 삼보컴퓨터에 입사하면서부터다. 92년까지 삼보컴퓨터에 근무한 삼보인맥이다. 92년 엘렉스컴퓨터 이사로 자리를 옮겨 94년 상무이사, 97년 부사장을 거쳐 98년 사장에 올랐다.
엘렉스컴퓨터는 본래 매킨토시 유통망의 성격이 강했지만 김 사장 체제 이후 매킨토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구사해 현재는 인터넷기반 구축 하드웨어 및 솔루션의 제조·개발·유통, 그리고 인터넷콘텐츠·전자상거래 등을 추진하는 e비즈니스 전문회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주연테크의 송시몬 사장은 지난 88년 주식연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株硏테크」가 계기가 돼 졸업후 곧바로 PC제조 및 유통에 나선 인물이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 출신으로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했으며, 아직 30대 중반을 넘어서지 않은 송 사장을 비롯해 직원들 대다수가 30대 이하의 젊은 인력으로 구성돼 있어 아이디어가 참신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92년 회사를 설립해 아직 10년이 채 안된 회사지만 지난해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에 이어 대리점을 500개로 늘리고 인터넷PC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해 올해 매출 24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송 사장은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PC산업의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를 실무자에게 최대한 이관하는 팀장 위주의 경영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마케팅도 다른 업체에 비해 강한 편이다.
컴마을은 그동안 이세우 사장이 경영을 맡아오다 올초 나래이통으로 흡수됨에 따라 지금은 한기주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한기주 사장은 서울출신으로 서울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90년 삼보컴퓨터에 입사해 96년 재경부문이사, 97년 관리담당이사, 98년 금융담당 이사 등 삼보컴퓨터 요직을 두루두루 거쳐 사업관리 및 추진능력이 탁월한 인물이다. 지난해부터 나래이통 전무로 지내다 지난달 컴마을 대표로 취임했다.
이밖에 PC뱅크와 멀티패밀리정보산업·세지전자·엑스정보산업 등도 지난해 인터넷PC 보급사업에 참여하면서부터 이름이 점차 알려지고 있다.
PC뱅크를 이끌고 있는 김형모 사장은 충암고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나와 대학원 신경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인물이다. 92년부터 93년까지 총무처 전산원에서 정부 영상인식개발시스템 기획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93년부터 99년 6월까지 조선일보·디지틀조선일보·디지틀조선애드 등에서 뉴미디어·위성방송 분야의 사업을 담당했다. 지난해 말부터 PC뱅크 사장과 ADC대표를 맡고 있다.
멀티패밀리정보산업은 지난해 LG상사의 국내 총판이었던 멀티테크정보산업과 종합 컴퓨터 유통업체인 패밀리가 합쳐지면서 박진환 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세지전자는 신근철 사장이, 엑스정보산업은 박광수 사장이 각각 대표를 맡고 있다.
제조업체는 아니지만 용산전자단지상점가진흥조합의 윤준호 전 이사장도 인터넷PC 보급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면서 협의회장을 맡는 등 PC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PC 업체 외에도 용산을 기반으로 전국 상권공략에 나서고 있는 업체도 있다.
최근 세일디아이와이컴퓨터에서 이름을 바꾼 디오시스와 대강정보통신이다. 디오시스의 강웅철 사장은 대일외국어고와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한국와콤전자 등에서 전자 유통을 배운 인물이다. 주변기기 영업을 위해 시장에서 「골라 골라」를 외치는 것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97년 방문PC 제작 방식의 DIY PC업체를 설립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강 사장은 특히 강남길·이한우·전유성 등의 연예인을 이사로 참여시키고 홍보·마케팅을 담당토록 하는 「스타마케팅」을 펼쳐 업계에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강정보통신의 한상록 사장은 지난 97년 부도로 쓰러진 아프로만의 지점장이었다. 한 사장은 아프로만의 지점장들을 모아 당시 서울정보통신이라는 이름의 유통회사를 설립하고 기존 아프로만의 거래선을 그대로 이어받아 조립PC 사업을 시작, 「챌린저」라는 자체 브랜드로 50만원대의 초저가 PC를 내놓는 등 저가 PC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 이전 뉴텍컴퓨터의 주요 멤버들이 모여 지난해 5월 「뉴텍2000」을 설립, 재기에 나서고 있다. 초기에는 김영진 사장이 이 회사를 이끌었으나 지금은 부산에 기반을 둔 슈퍼컴퓨터의 박철우 사장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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