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빗장 풀린 남북경협>반도체 장비·재료 업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발표에 전자부품 및 산전업체는 잔뜩 고무돼 있다. 전자부품업계는 대체적으로 이번 남북 정상 회담에 따른 남북 경협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대기업 세트업체는 우선 북한에 현지 공장이나 임가공 사업에 나설 경우 뒤따라 남북 경협에 동참할 수 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산업전자 부문 가운데 특히 중전기기 업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 발표에 크게 고무돼 있다. 북한의 전력 상황이 상당히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발전을 비롯한 변전·송전·배전 등 전 분야에 걸쳐 특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활성화될 남북 경협 가운데 어느 분야보다도 낙후된 전력분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어 중전기분야에서 북한 특수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력수요는 193억㎾h인 반면 공급 가능한 전력량은 142억㎾h로 전력수요의 44%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구나 남북경협이 활성화하면 무엇보다도 전력분야에 대한 투자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여 발전을 비롯한 변전·송전·배전 등 전 분야에 걸쳐 특수가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고임금으로 가격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전자부품업체의 입지도 그만큼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전자산업이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당장 수요를 기대할 수 없지만 북한의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 언어와 문화의 동질성, 지리적 인접성, 세제혜택 등을 활용할 경우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진출한 세트업체와 연계, 부품생산을 추진하거나 북한의 저임금을 활용한 임가공사업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당장 전자부품업체는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부품임가공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거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데 있어 북한이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동남아 등지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지 않은 기업들이 채산성이 맞지 않는 품목과 사양품목을 중심으로 생산기지를 북한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업계관계자는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인력을 가진 북한에서의 임가공 사업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전비용을 부담한다면 범용 전자부품 등의 유휴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해 나갈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전자부품 분야와는 달리 반도체장비·재료분야에서는 남북 경협이 가시화 되더라도 북한 현지에 임가공 라인을 구축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당장은 실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부품임가공사업=다른 전자 업종에 비해 부품업계의 남북 경협은 활발한 편이다. 노동집약적인 업종의 특성상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에서의 임가공 생산의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극동음향, 한국단자공업, 삼화전자공업, 제일물산, 삼홍사, 성남전자 등은 일찌감치 남북 경협을 전개해온 회사들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97년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의 남북 경협 사업에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북한 대동강공업단지에 세운 임가공공장을 통해 인터폰, 마이크, 코일, 모터, 단자 등 전자부품을 임가공방식으로 생산해 국내에 반입하고 있다.

전자조합은 참여업체를 현재 6개사에서 8개사로 확대한다는 계획아래 기라정보통신(PCB 및 모뎀)·인터엠(PA 가정용 방송장비) 등 2개와 여타 임가공 협력 의향을 갖고 있는 회원사 대표이사를 중심으로한 제2차 방북 조사단을 올 상반기내에 파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자조합은 지난해 남북 임가공 실적 20만달러보다 배 이상 늘어난 40만달러로 잡고 있다.

삼성전기, LG정밀 등 대형 부품업체는 당장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으나 남북 경협이 활성화할 경우 노동집약적 일부 전자부품 사업에서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대형 업체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그룹 관계사와의 동반 진출을 모색중이어서 당장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대되는 중전기 특수=불안정한 북한의 전력사정을 감안, 국내 UPS업체의 진출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송·배전방식이 220∼380V 500㎸로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시장 진출시 제품설계의 변경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업계 관계자들은 『전선·변압기·차단기 등 전 분야에서 북한 특수가 예상된다』며 『지금부터 생산라인 확충에 나서더라도 3∼5년의 기간이 걸리는 만큼 업계가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중전기분야 이외의 자동화 부문은 북한이 섬유분야에서 초보적인 임가공 형태에 머물러 있어 큰 수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공작기계 업계 역시 전략물자 수출입을 규제하는 바세나르(Wassenaar) 체제에 묶여 있어 당장의 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산업전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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