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빗장 풀린 남북경협>가전

가전업계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대북 진출」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북한 관련 부서직원들을 긴급소집, 투자대책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TV·전화기·카세트 등 임가공 사업을 추진키로 북측과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베이징에서 「삼성-조선콤퓨터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센터」 개소식을 가졌다. 삼성측은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인해 삼성전자가 추진중인 남북경협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본다』며 『전자제품 임가공사업 및 소프트웨어 협력사업의 추진결과를 보고 사업확대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상사도 이날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를 듣자 즉각 중국 베이징 지사를 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컬러TV 합영사업 등을 점검한 뒤 향후 투자사업 확대건을 논의했다.

이처럼 가전업계는 다소 침체됐던 남북교역을 이번 발표를 계기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가전업체들이 북한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는 크게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북한에 진출할 경우 기존 설비를 간단히 이전해 공장을 설립할 수 있고 저렴한 인건비로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등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한의 내수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전업체들은 그동안 중국 등 동남아에 가전제품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늘려왔으나 북한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건비도 저렴해 정치와 투자관련 조건만 개선된다면 다른 나라보다 이점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현재로는 소비수준이 낮아 가전제품을 구매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볼때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가전시장을 조기에 선점한다는 것도 큰 매력 중 하나다.

이에따라 LG전자는 전자업체로는 가장 먼저 북한 임가공에 나서 지난 97년 1월 북한 대동강텔레비전애국천연색공장에서 만든 2000여대의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첫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1월 북측과 계약을 맺고 TV와 전화기, 카세트 라디오 등 임가공 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북경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컬러TV 생산으로 LG전자는 북한에서의 TV생산을 위해 지난 97년 정부로부터 대북협력사업자 승인을 받고 연간 20만대의 컬러TV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는 북한이 까다로운 협력조건을 제시해 보류된 상태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으로 협력조건이 개선될 경우 이 사업을 위해 45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의 대북경협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LG상사는 북한의 진출전략을 3단계로 잡고 있다. 1단계는 전자제품, 전자부품, 중소기업 동반 진출 등 경공업 분야고 2단계는 공단개발과 자원개발 등 산업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3단계는 정유, 석유화학 등 대형 프로젝트사업으로 계획돼 있다.LG전자는 LG그룹에서 가장 먼저 북한에 진출해 교두보를 쌓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LG보다 늦기는 했으나 삼성전자는 보다 광범위한 대북경협사업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에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남북경제협력사업」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컬러TV, 카세트 라디오, 전화기 등 전자제품 임가공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북한에서 컬러TV와 전화기 등 2개 제품을 양산한데 이어 이달 말에는 카세트라디오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북한의 전자제품 생산을 위해 올 상반기까지 그동안 투자된 금액을 합쳐 총 42만6000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연간 5만여대의 TV를 생산하는 북한 대동강텔레비전사의 20인치 「대동강TV」에 대해 전기용품형식승인을 발급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통해 북한산 TV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전업체들의 대북경협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그동안 대북경협사업이 정치적인 이유로 자주 중단되는 등 굴곡이 심해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가 급진전되면 투자차원에 머물렀던 과거와는 달리 수익성 면에서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북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어왔던 가전업계는 성급한 환영보다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사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다음 태도를 결정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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