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반도체(ASIC)업체들에 자금난보다 더욱 절박한 문제는 인력난이다. 자금이야 어떻게든 끌어올 수 있으나 전문 ASIC 설계인력은 워낙 적어 구하기조차 힘들어서다.
ASIC업체 사장들은 『국내에 제대로 된 ASIC 설계 전문가가 없다』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 데려올 사람 없나』라고 하소연한다.
ASIC업계의 인력난은 ASIC 설계 전문인력 교육이 거의 황무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반도체설계교육센터(IDE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ASIC지원센터, 전자부품연구원내 주문형반도체설계센터 등이 있으며 광운대와 부산대 등 4, 5개 대학에 IDEC 지역센터가 있다.
그렇지만 이들 교육기관의 교육은 대체로 단편적이어서 업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 사실이다. 고급 인력들이 ASIC 분야를 기피해온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학이나 기업의 고급인력들 사이에서 ASIC 설계가 「3D」 직종으로 인식된 지 오래』라면서 우수인력 유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ASIC 설계인력의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도 고급인력의 유입을 가로막았다.
최근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우선 정부는 반도체설계인력양성(IDEC)을 위한 2단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ASIC 설계 지원센터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으며 업계의 교육 수요가 집중되는 「시스템온칩(SOC) 설계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신설하고 여기에 1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ASIC업체들도 고급인력 유치를 위해 전문가에 걸맞은 급여와 복지혜택을 서둘러 강구중이다.
특히 아무래도 사업초기 상태로 대기업 이상의 고액 연봉을 줄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해 주식양도와 같은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자춘 아라리온 사장은 최근 자신이 보유한 주식 10만주를 직원들에게 무상 분배했으며 씨앤에스테크놀로지는 채용시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ASIC업체들은 전문 교육기관에 대한 위탁교육을 강화해 설계인력의 자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ASIC 설계는 풍부한 지식과 아울러 창의성도 갖춰야 해 유능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부·업계·학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티엘아이의 김달수 사장은 『우리는 인력 채용시 팀 전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데 이는 팀웍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ASIC 설계 엔지니어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다양한 설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동 교육 인프라의 확충이 ASIC업계 인력난을 해결하는 열쇠인 셈이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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