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SW 벤처업체들의 해외법인 설립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종래 대기업 중심으로 펼쳐온 세계화 경영의 첨병 역할을 벤처업체들이 담당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벤처창업 열풍에 대해 그동안 일부에선 벤처업체들이 국부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는 비판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최근의 벤처 투자 붐에 편승해 벤처업체들이 자금 유치에만 혈안이 돼 있지 기술혁신과 해외 마케팅을 통한 외화벌이는 하지 못하고 「우물안 개구리」로 국내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일부 벤처업체들은 이미 다른 업체가 갖고 있는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복사해 「제살 깎아먹기」식의 경쟁을 함으로써 시장질서를 흐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실리콘밸리의 미국 벤처기업들과 달리 벤처다운 도전정신과 기술혁신 노력이 부족하다고 매도당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가 미국 경제를 장기간 고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던 것과 달리 국내 벤처기업들은 거품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SW 벤처업체들의 잇단 해외 진출 움직임은 이같은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자금 대신 기술을 제공하는 대가로 지분을 갖는 방법으로 해외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어 국산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면서 외화벌이에도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올리면서 향후 국내업체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콤텍과 합작회사를 설립한 이모션은 인터넷 솔루션 기술 제공의 대가로 합작회사 지분 49%를 인정받았다. 또 현재 일본측과 합작회사 설립을 협의하고 있는 일·한 자동번역 SW업체인 유니소프트도 실시간 양방향 일·한 번역 기술 제공을 대가로 지분 참여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보안 솔루션 및 전자상거래 SW 개발업체인 지란지교소프트의 오치영 사장은 이같은 추세에 대해 『앞으로 국내 벤처기업들도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해온 것처럼 새로운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벤처기업들의 세계화 경영에 자신감을 보였다. 인터넷의 세계적인 확산은 국내 SW 벤처업체들의 이같은 해외 법인 설립을 통한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터넷이란 개방 환경의 확산은 특정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규격이 아닌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통 규격에 기반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발을 가능케 하면서 국내 SW 벤처기업들의 세계 진출 기회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다.
쓰리알소프트의 유병선 사장은 『인터넷 분야는 초기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며 『인터넷 분야의 세계적인 강국으로 떠오른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물론 동남아 등 최근 들어 인터넷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최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리눅스 운용체계 기반의 웹메일 SW를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달말 인도네시아 파트너와 기술제공의 대가로 50%의 지분을 갖는 합작회사를 설립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앞으로 일본과 중국에도 합작법인을 설립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영·한 자동번역 SW 기반을 둔 양방향 채팅 서비스로 미국 시장을 공략키 위해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엘엔아이소프트의 임종남 사장은 SW 벤처업체들의 이같은 해외 법인 설립 추세에 대해 『국내 SW시장만을 대상으로 한 영업은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벤처업체들이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담당해야 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한국컴퓨터통신의 강태헌 사장도 이같은 견해에 동감을 표시하면서 특히 『우리나라와 지역적으로 가깝고 기술발전이 뒤처져 있으면서도 잠재 성장력이 큰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벤처업계의 이같은 변화 추세에 대해 해외법인 설립을 통한 시장 다변화는 시장의 위험 분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A지역의 시장이 성장 둔화를 보이더라도 B지역 시장이 고성장세를 보일 수 있으며 이 때 B지역에 해외법인을 갖고 있는 기업이라면 A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현지화 작업이 필수적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최근 해외 법인을 설립했거나 준비중인 벤처기업들이 현지법인의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핵심인력을 헤드헌팅업체 등을 통해 현지인 중에서 엄선, 임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이미 버클리대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을 CEO로 선정했고 유니소프트, 나모인터랙티브, 엘엔아이소프트 등 법인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도 현지인 CEO를 물색중이다. 또 한국정보공학 등 일부 업체들은 현지법인과 현지 대학 및 관련업체들과의 연계를 통한 산·학협동 및 전략적 제휴를 통한 현지화를 추진하고 있어 그 성과가 주목된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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