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식기반사회와 대학의 연구

김정덕 한국과학재단 사무총장

최근 주위에서 지식기반사회, 지식기반경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특히 신문이나 TV 등을 통해 두뇌강국을 표방하는 각종 자료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미 지식기반사회로 진입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제는 과학기술을 지식기반경제의 기본도구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더 이상 경쟁상대가 될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고, 이에 따라 과학기술을 이끌어 가는 연구개발 주체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통상 연구개발(R&D)의 주체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대학, 응용연구를 담당하는 공공연구소, 개발연구와 제품화를 중심으로 하는 민간연구소로 구분하고 있다. 이 중 대학은 공적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수준 높은 교육 주체로 지식기반사회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개발 주체다.

그런데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전통적으로 지식의 생산과 전파를 주기능으로 하던 대학의 연구활동에 새로운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 내용은 대학이 기초과학연구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지식기반경제의 핵심 주체로서 경제적·사회적 기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그 역할과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연구현장에 불어오는 이러한 변화는 몇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를 살펴보면서 오늘날 우리 대학의 연구활동에 있어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생각해 보자.

첫째는 대학의 연구활동이 창조적 과학기술지식을 더욱 넓혀 나가야 하는 기본적 역할 이외에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식 이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과거 대학연구에 대한 정책방향은 지식의 창출에 집중되었으나 이제는 막대한 잠재력을 가진 대학의 연구능력을 국가지식기반경제에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둘째는 대학의 연구영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문제해결 요구가 서로 밀접히 연계되고, 과학적 발견이 산업체에서 신기술로 바로 적용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연구도 기초과학 연구의 주체로서 뿐만 아니라 응용연구 및 개발연구의 파트너로서 활동영역을 보다 넓혀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대학 연구활동에서 학·연·산간, 대학간 상호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점점 복잡해지고 한 연구개발 주체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화하는 경향이 있어 연구주체간의 교류와 협력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학·연·산간 인적교류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대학에 대한 산업계의 연구수요 증가와 함께 연구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넷째는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창조적인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많이 배운 고학력자보다는 많이 아는 지식인이다. 과거처럼 주어진 문제를 잘 풀 수 있는 일등학생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가는 창의력을 가진 과학기술인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은 연구과정을 통해 스스로 연구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을 갖춘 과학기술자를 배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잊지 않아야 할 중요한 점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식생산자로서의 대학연구가 상업적 이익대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활동을 통한 기초과학의 발전은 여전히 대학의 가장 중요한 몫이며 기초과학연구의 바탕이 없는 섣부른 대학 연구활동의 경제성 추구는 또 다른 과학기술 식민지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지식기반사회와 함께 시시각각으로 대학을 향해 다가오는 변화의 바람에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하면 대학이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지식의 생산자로서, 지식의 전파자로서, 지식의 이전자로서의 기능을 조화롭게 추구함으로써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물론 정부·산업계 그리고 사회 전체가 함께 노력하여 미래 우리의 희망인 대학을 지식기반사회의 핵심적인 주체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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