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벤처기업협회 장흥순 회장(터보테크 사장)

『크게는 세계, 작게는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고 그 한 가운데에 벤처기업이 있습니다. 산업사회의 주역이 정보통신(IT) 혁명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 가장 뛰어난 인재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뀐다고 봅니다. 대기업을 비롯한 연구소·학교의 우수 인력이 벤처로 몰리는 현상은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왜 벤처로 오는가를 판단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전망하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당연히 이제부터는 벤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장흥순 회장(40·터보테크 사장)은 벤처기업 1세대 경영인으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는 보상체계가 다릅니다. 이것이 기존 기업과 벤처기업의 유일한 차이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금전적인 측면까지 같이 얻는 것이 기존의 기업문화와 다른 벤처기업의 문화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파이를 키워가고 커진 파이를 나눠가질 수 있는 문화가 우수한 인력의 벤처행을 촉진하는 것입니다.』

『벤처기업은 오너는 없고 리더만이 있을 뿐입니다. 기본적으로 사원 모두가 주인인 셈이지요. 이런 주인의식을 가진 구성원들의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 결집이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사회 곳곳에서 벤처기업이 전부인 것처럼 여기고 기존의 제조업, 즉 굴뚝산업들은 당장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런 견해는 사실과 다릅니다. 벤처기업은 기존의 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네트워크 구축만이 벤처기업과 기존 기업이 함께 생존해갈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장 회장은 그 자신이 지식기반 제조업에 종사(2개 공장 운영)하고 있듯이 제조업의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내는 데 단호하게 「No」를 외친다. 현재 벤처기업의 70% 이상이 지식기반 제조업이고 하드웨어 기반의 소프트웨어(SW)만이 한국경제의 살 길이라는 것이다. 장 회장이 갖고 있는 한국 벤처산업의 청사진은 지식기반 제조업이다.

미국의 우수한 SW 기반을 따라잡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이나 후발 개도국들과 하드웨어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는 급박한 상황에 탈출구를 열어준 것이 지식기반 제조업, 즉 현재 한국의 벤처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간과한채 IT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의 빠른 패러다임의 변화에 당혹해 하고 있다』며 『단순히 콘텐츠도 없는 회사들이 어떻게 시가총액 몇천억, 몇조원에 달할 수 있느냐는 식의 허탈감이 빠져 있다』는 게 장 회장의 견해다.

장 회장은 단지 지금 불고 있는 IT혁명 또는 벤처열풍은 그동안 수직적인 채널로 구축돼 있던 산업기반이 수평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현상이고 벤처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이러한 패러다임을 받아들여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해가야 한다고 말한다.

장 회장이 그리는 한국 벤처의 미래는 밝다.

『현재 버블이라고 벤처기업의 급속한 성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것도 쌓이면 실력입니다. 적당한 버블은 오히려 벤처산업을 활성화하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너무 젊은 사람들이 빠르게 이룬 벤처신화에 대해 기성세대가 가지는 박탈감은 시간이 흘러 산업이 벤처에 의해 재편되고 여기서 파생된 국부가 전체 국민에게 돌아가는 시점이 되면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 회장은 4, 5년 후에 다가올 이런 변화는 현재 5400개에 달하는 벤처기업의 급격한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때가 되면 세계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지식기반 제조업체, 20억∼30억달러의 인터넷콘텐츠 혹은 커머스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미국 같은 선진국 기업들이 만들어놓은 게임의 룰을 쫓아가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세계 최고가 되는 기업을 만들어내기 힘들었지만 무한 속도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인터넷환경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세계 초일류 벤처기업이 결코 허황된 꿈은 아닙니다.』

『이런 현상이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터넷혁명에서 인터넷기업들의 요구는 많은 가입자 수를 가지고 미래가치를 만들어줬는데 이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는 압력이 있다보니까 전통제조업과의 제휴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는 모든 시스템을 그동안은 한 기업이 전부 해결했으나 이제는 상호보완될 수 있는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가지지 않고는 기술, 마케팅 등 모든 속도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신임 벤처기업협회장으로서 장 회장은 『벤처업계도 세대별, 산업별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점을 감안 새로 생긴 기업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대정부 정책을 기업에 전달할 수 있는 유기적인 벤처생태계를 만들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한일·한미·한중 포럼을 개최하고 지역내 인큐베이터, 벤처마트, 지방포럼을 만들어 지방벤처기업 활성화를 적극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또 이달말 나눔의 장인 벤처나눔닷컴을 만들어 벤처기업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벤처기업 1세대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장흥순 회장이 우리나라의 벤처문화 형성에 어떤 이정표를 제시할지 기대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약력

△60년 충북 괴산 출생 △82년 서강대 전자공학과 졸업 △85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석사 △89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박사 △94년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 졸업 △88년 터보테크 창업 △97년 넥스트인스트루먼트 창업 △98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차세대 지도자(GLT) 100인 선정 △2000년 벤처기업협회 회장(현재) △2000년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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