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시장에는 10원짜리 주식도 있다. 반면 100만원짜리 주식도 난무한다. 지난달 31일에만 하더라도 한국웹티브이는 10원과 100만원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거래가 체결됐다. 상하한가 가격 제한폭이 없는 제3시장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실수로 주문을 잘못냈을 수도 있지만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거래소나 코스닥에서는 매수가가 매도가보다 높으면 체결되지만 제3시장은 거래 상대방이 입을 맞춰 주문을 내면 쉽게 체결이 가능하다.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으려는 고액 재산가의 변칙증여나 사전상속의 수단, 아니면 검은 돈을 세탁하는 창구로도 이용될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제3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 가운데 특수관계를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이미 제3시장은 거래체결량만도 하루 30만주를 넘어설 정도로 방대해지고 있다.
국세청에서도 제3시장이 불법적인 창구로 활용된다 하더라도 양도세를 물리는 것 외에 특별한 대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매수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매입자금이 정상적으로 취득한 자금인지, 납세절차를 밟은 자금인지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인력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기란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제3시장은 납세의 그물망에서 벗어난 변칙적인 시장이라는 것이 사실상 용인된 셈이다.
◇변칙증여=김씨는 한 회사의 사모나 인터넷 공모를 통해 10만원을 주고 주식을 샀다. 이 기업이 제3시장 종목으로 지정된 뒤 김씨는 자녀나 친인척에게 취득가 미만 가격으로 매도주문을 낸다.
이때 제3자가 끼어들지 못하도록 수시로 전화연락을 취하면서 동시에 같은 가격과 수량의 주문을 내놓는다. 친인척의 실명계좌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 손해를 보면서 주식을 팔았다고 국세청에 주장하면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친인척은 이 회사가 코스닥에 등록할 때까지 기다려 주식을 팔거나 장외에서 매매를 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설사 양도세를 낸다 하더라도 상속 증여세율이 10∼50%인 것을 감안하면 제3시장에서 말하는 양도세(중소기업의 경우 매매차익의 10%)는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다.
◇자금세탁=검은 돈을 보유한 김씨는 대리인의 차명계좌를 통해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한다. 해당 기업이 제3시장에 올라가면 차명계좌에서 매입한 가격 아래로 매도주문을 내는 대신 김씨의 실명계좌를 통해 같은 종목에 대해 동일한 물량의 매수주문을 내보낸다. 이렇게 하면 차명계좌에 들어가 있던 주식을 실명계좌로 이체해 본인 재산으로 합법화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거래에 대한 의혹이 있더라도 거래 상대방을 확인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상 불가능하다.
또 손실매매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는 물지 않아도 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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