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 통신장비 산업>14회(마지막회)-국내 네트워크 장비시장 개화

지난달 24일 미 증시 관계자들의 시선은 한 기업체의 주식시세에 쏠려있었다.

인터넷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업가치가 수직상승한 시스코시스템스가 그 동안 시가총액 1위를 지켜온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제칠 것인가가 그들의 관심사. 결국 시스코는 그날 종가 기준으로 MS를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시스코는 사실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MS나 인텔이 최종 소비재를 생산해 온 반면 시스코는 주로 기업체나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인프라 장비를 공급해왔다. 특히 인터넷의 주소를 찾아주고 연결시켜주는 핵심장비인 라우터에서는 70%가 넘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세계 최대의 기업이 지난해 국내에서 혼줄이 났다. 한아시스템·쌍용정보통신 등이 국산 장비를 내세워 소형 라우터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측면으로 시스코를 앞질렀기 때문. 비록 통신사업자들이 구매하는 대형 라우터 부문에서는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제 소형 라우터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시스코사의 제품을 고집하지 않는다.

음성·영상·비디오 신호를 하나의 통신망에서 처리할 수 있는 비동기전송모드(ATM) 교환기 부문에서도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LG정보통신은 지난달 한국통신의 초고속국가망 ATM 교환기 공급업체로 선정됐으며 미디어링크는 케이블망을 이용한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새로운넷에 자사의 ATM 장비를 공급하는 성과를 거뒀다.

근거리통신망(LAN)을 비롯한 국내 네트워크 산업의 국산화 비율은 대략 20%. 지난 97년까지 국산 장비 비중은 한 자리 숫자에 머물렀으나 지난 몇 년간 벤처업체들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국산화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국내 업체들의 관심사는 해외 시장개척과 가입자 중심의 저가제품에서 통신사업체나 대기업에서 소요되는 기간망 장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지 여부다.

특히 기간망 장비 부문에서 국내 업체들의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미디어링크는 올 초 기가비트 백본이더넷 스위치를 개발, 소형 스위치부터 대형 스위치까지 제품을 구성했다. 다산인터네트는 지난달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부하분산 기능을 갖춘 레이어 4 스위치를 발표했다. LG정보통신이나 삼성전자는 새롭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음성데이터통합(VoIP) 장비 부문으로 눈을 돌려 VoIP 게이트웨이 등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국내 가상사설망(VPN) 장비 시장에서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여온 퓨쳐시스템은 이달부터 처리속도를 대폭 개선하고 방화벽 등의 기능을 내장한 통신사업자급 VPN 장비를 출시한다.

최근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에 대한 거품론이 적지 않다. 시스코나 루슨트, 노텔 등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기업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이에 편승해 국내 업체들도 덩달아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 배경에는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이 해외 장비업체에 비해 지명도·기술력·매출 등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근거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일정부문 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강력한 정보화 정책 시행으로 국내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면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라고 주장한다.

제 2의 시스코 성장신화를 꿈꾸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발걸음이 바야흐로 시작한 셈이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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