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90) 벤처기업

IMF<8>

안마를 마치고 사우나탕으로 돌아오자 다른 사람들은 이미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가장 오래 시간을 끌은 듯해서 약간 계면쩍었다. 그러나 우리는 공범자들처럼 시침을 떼었다.

『IMF 관리에 들어간 인도네시아의 물가는 아침과 점심이 다르고 저녁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국의 화폐 통용이 거의 마비 상태에 처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일본 엔화나 미국 달러를 선호하고 있어요. 중국의 위안화나 한국의 원화도 통용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국의 돈은 똥이고, 외국의 화폐는 효용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는 인플레 때문일 것입니다.』

설진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는데 그 다음 질문을 생략한 것이지만 그렇다면 한국의 물가 사정은 어떠냐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있게 말했다.

『한국의 경제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만큼 최악의 상태는 아닙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래도 경제를 안다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어 해법을 잘 풀고 있어 수습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환율이 배로 올라서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를 잡는 데는 성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지요.』

『당선된 대통령이 당신의 고등학교 선배라면서요?』

『그렇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정경 유착을 싫어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정경 유착할 만한 힘도 없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서 밀착할 생각도 없습니다. 나는 순간적인 흥행을 타고 벤처기업을 일으킨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십오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벽돌을 하나씩 쌓듯이 일으켰습니다. 그동안 부침의 경험도 많이 했습니다. 나는 끝까지 투명하게 기업운영을 할 것입니다.』

설진유가 나를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한 유학파 관료였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기업의 투명성에 대해서 신뢰를 하고 있었고 내 말에 공감하는 것이었다. 설진유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기업의 투명성은 상당히 중요한 일입니다.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나라의 기업들이 대부분 그 투명성이 문제가 되고 있지요. 국제 경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투명해야 합니다.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나 경영에 참여하는 기업인이나 모두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외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체가 일정한 규모로 커지면 그것은 오너 개인의 소유 개념에서 떠나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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