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스코시스템스는 나스닥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1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시스코가 이처럼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을 리드하는 선도업체로 올라서기까지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 크게 한 몫을 했다. 시스코가 지난해 11월 디지털비디오 전송 기술을 보유한 V비츠를 1억2800만달러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인터넷 및 네트워크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40여개 업체를 M&A, 기술 전쟁에서 우위를 확보한 것이 주가의 선순환을 이끌어 냈다.
반면 M&A와 출자를 통해 자회사를 늘려가는 방법으로 아시아에서 선풍적인 신경영 바람을 일으켰던 소프트뱅크는 최근 주가가 폭락하는 등 난관에 봉착해 있다. 소프트뱅크는 M&A를 기술개발 등 자체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계열사 확대를 통한 시가총액을 늘리는데 이용한 것이 주가 하락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서로 상반된 시스코시스템스와 소프트뱅크의 방식은 M&A를 고려하고 있는 국내 IT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아직 양사의 M&A 방식에 대해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부 국내 인터넷 및 정보통신 업체들이 손정의 사장의 성공신화만을 믿고 막무가내로 소프트뱅크 투자방식 「베끼기」를 추진하고 있어 부작용도 우려된다.
증시전문가들은 합병기업이 M&A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피합병기업의 시장 선도력, 산업 집중률, 시너지 창출력, 기술력, 소유구조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선도력=인터넷 및 정보통신 업체들에는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가치가 대단히 중요하다. 시장선점에 따라 선도업체와 후발업체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타나며 간격을 줄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업체들이 M&A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집중률 및 시너지=특정 상위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을 경우에는 나머지 기업들의 진입장벽이 높아 M&A 발생 가능성이 적고 시너지 창출력도 떨어진다. M&A 시너지 효과 측면에서 전략적 제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업체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체결하는 전략적 제휴가 많을수록 M&A 가능성과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기술력=IT 산업에서 기술력 보유 여부는 생존과 직결된다. 연구개발비(R&D)가 높고 연구원수가 많을수록 잠재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소유구조=최대주주와 2대주주가 갈등소지를 가지고 있는 지 중요하다. 최대주주 의사만으로 M&A가 성사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우호지분과 최대주주의 지분매각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IT 업체간 M&A는 단순히 피합병기업이 시장에서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매수하기보다는 합병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반드시 요구되는 전략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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