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펜실베이니아 등 미국 명문 경영학석사(MBA) 출신들이 벤처를 창업하거나 벤처로 빠져나가 인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 같이 어려워졌습니다.』
인터넷 대중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우수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문대학을 졸업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제발로 찾아올 정도여서 인재를 구하는 데 이처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들은 이제 인재확보를 위해 그간 외면했던 비명문대학의 우수 학생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인터넷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없이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의 핵심인력뿐 아니라 일부 고위공무원들도 안정적인 직업을 박차고 벤처기업행 열차에 올라타고 있다. 명문대학 졸업생들은 벤처창업 열풍에 휩싸여 대기업을 외면하는 현상마저도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일이 왜 발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디지털혁명을 이해하지 않고는 찾을 수 없다. 과거 18∼19세기 산업혁명은 말그대로 혁명이었다. 사람들이 갖고 있던 가치관과 라이프사이클을 급속히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혁명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 단지 산업혁명과 다른 점은 갑작스럽지 않게 서서히 우리 삶의 패턴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시공을 초월해 가상세계에서 이뤄지는 디지털경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고 기업들은 이에 따라 산업사회와 다른 패러다임을 창출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기업은 생존 차원에서 이에 대응해 나가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이같은 디지털혁명은 가장 먼저 인간의 라이프사이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모습이 구인구직 형태의 변화다. 종전에는 안정성 확보가 직업선택의 제1조건이었으나 디지털시대에는 능력과 보수가 중시되는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당장 오프라인 기업들에 핵심인력 유출과 인재확보난이라는 현상에 직면케 하고 있다.
디지털경제시대에 기업이 생존하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조직역량을 강화하고 속도경영을 가속화하는 등 기업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 즉 인재확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킨지 회장인 라자굽타는 『21세기 신경제 패러다임에서는 브랜드·지식·네트워크·인재 등 무형자산이 중요하다. 이중 특히 우수인재 유치와 개발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고 말한다. 또 포천지에서 21세기를 이끌어갈 대표기업으로 선정된 시스코시스템스 존 체임버스 회장은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임직원』이라면서 『시스코는 전세계 정보통신회사 중 제1의 기업이 되도록 비전을 설정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수한 직원들을 적극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 세계적인 경영자는 일찍이 디지털경제시대에서의 기업경쟁력은 우수인재 확보라는 혜안을 가지고 인재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맞게 조직문화와 인재관리시스템, 성과관리체계를 단계적으로 정립했으며 그 결과 현재와 같은 격변의 시대에도 흔들림없이 기업을 경영해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IMF를 훌륭히 극복해낸 전력이 있다. 그러나 IMF를 이겨내기 위해 취한 구조조정이라는 격랑의 여파로 종업원들의 회사에 대한 의식구조가 바뀌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떨어지고 이직에 대한 거부감도 약화된 것이다. 여기에다 디지털혁명이라는 충격파가 더해지자 평생직장 개념이 과거의 유물처럼 인식되고 능력과 보수가 중요시되는 풍속도로 전환되기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기업이 생존하는 방법은 디지털 인사문화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한다. 산업사회의 인사문화에서 벗어나 디지털시대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핵심인력 유출의 근본 원인은 기존 회사조직이 종업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디지털혁명은 일시적으로 부는 변화의 바람이 아니다. 따라서 기업이 이에 적응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게다가 디지털혁명은 과거 산업사회처럼 선진국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과거와 달리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그 변화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기업은 살아있는 유기체다. 디지털혁명에 순응해 미래의 비전을 펼칠 것인지, 아니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과 같은 길을 답습할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21세기의 키워드는 변화와 적응이다. 여기에 기업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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