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삼성그룹 계열 SI 업체 위상 더욱 벌어져

현대그룹과 삼성계열 시스템 통합(SI) 업체의 그룹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삼성그룹의 IT를 주도해 온 삼성SDS는 분사 등을 통해 위상이 약화되고 있는 반면 현대그룹 현대정보기술은 그룹 계열사의 e비즈니스 사업을 추진하는 주체로 부상하면서 그룹에서 그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초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갑자기 몇몇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현대종합상사 정재관 사장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이계안 사장, 현대정보기술 표삼수 사장, PR사업본부 이영일 사장과 당시 구조조정위원장이던 노정익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회장은 현대계열사의 주가에 관해 언급하면서 지금처럼 주가가 저평가된 이유가 타그룹에 비해 정보통신 분야가 열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정회장은 각사별로 e비즈니스 추진에 관한 전략을 수립해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 같은 업무는 현대정보기술을 주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현대정보기술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e비즈니스 전략방안을 제출받아 종합적인 정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기초로 정몽헌 회장은 조만간 그룹 차원의 e비즈니스 전략을 직접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 초 현대정보기술 표삼수 대표는 부사장 취임 1년만에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에서도 파격적인 인사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반해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SDS(대표 김홍기)를 2개 회사로 나눴다. 유니텔 사업부의 독립이 결정되자 증권가에는 삼성SDS가 추진해 온 인터넷 관련 알맹이 사업 대부분이 유니텔로 넘어갈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더욱이 새로 출범할 유니텔이 삼성그룹 전체 인터넷 사업을 총괄하는 지주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 때문인지 최근 삼성SDS는 회사를 나누며 내부적으로 유니텔로 보낼 경영지원 분야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인력들이 지원해 이를 달래느라 홍역을 치렀다. 또 분사한 유니텔은 사원모집을 통해 인터넷 사업 전 분야에 걸친 전문인력들을 대거 선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나돌고 있는 삼성SDS에 관한 증권가 소문은 더욱 치명적이다. 삼성그룹이 IMT2000 시장 진출을 위해 한솔엠닷컴과의 빅딜을 추진하고 있고 그 희생양이 바로 삼성SDS라는 것이 소문의 내용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증권가의 루머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그룹 전체 정보화를 책임지고 그 경쟁력을 떠 받치고 있다』는 자부심을 지닌 삼성SDS로서는 분명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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