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86) 벤처기업

IMF<4>

저녁에 설진유 차관을 만났을 때도 대화는 주로 한국 IMF에 대해서였다. 오늘날 국제 경제가 갖는 통제력은 하나의 무기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경제는 신종 무기가 되는 것이다. 설진유는 그렇게 말하면서 한국 경제는 강대국들의 경제 공략에 당했다는 표현을 하였다. 당했다는 것은 한국 경제를 동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그것 또한 대비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으니 당한 것이 마땅하다고 나는 말했다.

『한국에 폭동 사태는 없지요?』

설진유가 동정어린 눈길로 나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IMF로 경제가 곤두박질하면서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게가 점령되고 생필품이 약탈되었다. 거리에는 떼강도가 횡행하고, 일부 반체제 무리들이 정부 전복을 획책하기에 이르러서 내전이 발생한다. IMF로 인한 내전 발생은 멕시코도 마찬가지였다. 설진유 차관은 그 점을 우려했던 것인지, 아니면 한국에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그 정도가 아닙니다. 우리의 IMF 사태는 일시적인 것이지요. 아무리 거품 경제라고 하지만 기반이 풍부하지요.』

『최 사장의 회사는 어떻습니까?』

『내 경우라고 그 사태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침체기를 벗어나면 정상을 찾을 것으로 봅니다.』

『다행이군요.』

『그건 그렇고, 양자강 댐은 언제 건설이 됩니까?』

『댐을 건설한다는 기본적인 프로젝트는 세워졌지만, 아직 착공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현재 있는 댐을 연계한 제어 시스템도 강구 중입니다. 양자강에 있는 기존 댐은 모두 곁가지로 뻗은 중간 댐이지요. 때문에 양자강 홍수 제어에 큰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 홍수를 제어하려면 본류에 세 개 이상의 대규모 댐을 건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자금이 많이 들지요. 외자를 유치해야 하고, 그 발전 설비로 공업용수를 비롯한 전기를 공급하는 것으로 활용이 되어야지요.』

나는 설진유 차관과 식사를 마치고 북경에 새로 세워졌다는 사우나탕에 갔다. 일본 사람이 설치한 그 사우나탕은 규모가 크고 여러 파트로 나누어져 있었다. 일반 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대중탕에는 상당히 많은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고급탕이 있었다. 나는 통역하는 조선족 직원과 지사장 진 박사, 설진유 차관, 그리고 차관의 수행 비서인 문씨라는 사내와 함께 고급탕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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