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단말기와 사업자장비(DSLAM)를 일괄 납품하는 형태의 영업을 진행했던 국내 대기업들과 해외 통신장비업체들이 최근 단말기 부문의 아웃소싱을 추진,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던 국내 중소 ADSL 단말기 업체들의 숨통이 하반기부터는 트일 전망이다.
최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전자·한화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 노텔네트웍스·시스코시스템스·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해외업체들이 DSLAM 부문은 자사 제품으로 진행하되 단말기 부문은 국내 중소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거나 공동납품 형식을 적극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일부 해외업체의 경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에도 국내 중소업체를 참여시키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국내 ADSL 단말기의 수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통신에 ADSL 단말기와 DSLAM을 공급중인 현대전자는 최근 ADSL 단말기 부문에 대해서는 국내 중소업체로부터 OEM을 추진키로 하고 최근 서류심사를 통해 7개 업체를 선정했다. 현대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선 현대전자가 생산하지 않는 내장형 ADSL 모뎀에 대해 OEM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외장형 ADSL 모뎀의 경우도 성능과 가격이 적합하다면 추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광가입자장비에 DSLAM 모듈을 결합한 FLC-C 타입의 ADSL 사업자 장비를 개발중인 한화정보통신부문도 ADSL 모뎀은 중소기업으로부터 공급받기로 하고 현재 3개 업체를 선정해 호환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ADSL 시장에 이미 진출한 한국루슨트테크놀로지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도 국내 중소업체와의 협력의 길을 열어둔 상태다. 한국루슨트의 경우 한국통신 ADSL 장비 공급과 관련 ADSL 단말기는 싱가포르의 한 중소업체로부터 OEM 방식으로 공급받고 있는 데 조건만 맞는다면 국내 중소업체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스코는 본사 차원에서 국내 중소단말기 업체와 접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근 국내 ADSL 시장 진출을 모색중인 노텔네트웍스는 아예 ADSL 단말기 사업부문이 없어 국내 업체로부터 ADSL 단말기를 납품받기로 내부 방침을 수립했다.
ADSL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의 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라선 데다가 국내 ADSL 시장의 극심한 출혈경쟁으로 대기업이나 해외 장비업체들이 사업자 장비와 단말 사업을 분리하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이를 계기로 대기업들이 가격부담을 상당 부문 중소업체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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