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생존을 결정한다는 말은 IMT2000을 둘러싼 통신시장에도 적용된다.
구조조정이 숫자가 즐어든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국에서 IMT2000은 아직 예고편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이동전화사업자 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고 조만간 다시 3개까지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과당경쟁이니 난립이니 별의별 수사를 동원하면서 사업자간 인수합병을 그렇게 외쳤지만 끄떡도 않던 거대 이동전화사업자들이 IMT2000을 앞두고는 제발로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벼랑까지 밀려야 해법이 나오는 한국적 현실이라고 간단히 분석해도 되겠지만 역시 생존이 걸린 문제다보니 살길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목해야 한다.
아무튼 당초 군웅이 할거할 것 같던 IMT2000 사업자 선정 레이스는 올들어 범위가 대폭 축소, 4룡의 대결장으로 변했다.
유선계의 한국통신, 데이콤,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무선계의 SK텔레콤, 신세기통신,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한솔엠닷컴 등 9개사가 모조리 IMT2000에 도전했지만 이제는 무림의 네고수만이 강호의 진정한 왕자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한국통신 한국통신프리텔 컨소시엄, SK텔레콤 신세기통신그룹, 한국IMT2000(하나로 온세), LG컨소시엄(LG텔레콤 데이콤)이라는 4룡은 이제부터 한치의 양보없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여야 하고 12월에는 월계관의 임자가 결정된다.
이들 4룡은 일차 예선 관문(사업자간 합종연횡)을 통과한 탓인지 저마다 사업권 획득을 장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여러 정황을 들어 이들이 사실상 사업권 확보에 거의 다가가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업계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사업자 수와 관련, 지난해까지만 해도 3개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우세했으나 최근에는 4개도 무방하다는 분위기로 기울고 있다. 여기에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IMT2000 주파수를 추가 배정할 것이라는 발표가 배경이 되고 있다.
당초 한국에 할당된 주파수가 60㎒였고 사업자당 20㎒는 있어야 원활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수학적 판단에 따라 3개 사업자 적정안이 나왔지만 주파수가 추가로 배정될 경우 사업자수가 늘어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3개 사업자를 허가하기로 했고 이에 따른 사업자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영국은 주파수를 15∼20㎒씩 쪼개서 5개의 사업자를 선정키로 했다. 특히 국제전기통신연합이 비록 강제 규정은 아닐지라도 IMT2000사업자 선정시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신규사업자를 진입시키라는 권고안을 세계 각국에 천명한 바 있어 일부 유럽국가는 기존 허가계획을 수정, 신규사업자 추가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사업자란 기존에 이동전화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업체를 의미한다.
이같은 기준에서 보면 한국의 4룡은 적절한 배합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개의 기존 이동전화사업군과 1개의 신규사업자군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KT, SKT, LGT컨소시엄은 3개가 적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신규 사업자인 한국IMT2000도 만만치 않은 논리와 세를 확보하고 있어 다크호스로 취급 받는다.
기존 사업자들이야 이미 확보한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 연속성, 통신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종합통신사업자로의 성장 등을 이유로 자신들의 사업권 획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한국IMT2000이 주창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 중소기업 육성 논리도 국민 정서에 먹혀들고 있다.
여건이 어떠하든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사업자 선정방식과 사업자수는 정부가 오는 6월 대강의 그림을 발표하고 9월에 신청을 받는다. 그래서 4룡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사업권에 조금 더 다가서기 위해 세를 불리는 일이다.
세라는 것은 다름 아닌 아군 진영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우선은 협력 업체를 가능한 많이 끌어 들여야 한다. 포섭 대상자는 주로 중소기업군이다. 그래야만 국민 경제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선다. 중소기업을 우군화하는 것은 정부를 의식하는 것이다.
아쉬울 것 없는 SK텔레콤도 50여개가 넘는 중소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각종 장비 개발을 지원하는 공동전선을 펼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IMT2000은 처음부터 이를 전략적 포인트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명사인 정보통신중소기업협의회 회원사들을 통째로 끌어 들였다.
평가 방식도 업계의 관심사. 정부는 이미 PCS 때의 경험이 있어 가장 투명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계획서 심사 등에 변별력을 둘 경우 시비가 일 소지도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를 피해가기 위해 출연금 상한제를 철폐, 사실상 경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평가방식은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다.
중복투자를 제어하기 위한 기지국 공용화 내지는 사업자간 투자 공동화 방안도 주목거리다. 하지만 이같은 명분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자사만의 가입자망을 갖고 싶어하는 사업자들이 순순히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아무튼 IMT2000의 사업권 경쟁은 비록 물밑 세싸움이긴 하지만 이미 시작됐다. 통신업계는 사업자가 선정되는 오는 12월말까지 그야말로 IMT2000 열풍에 휘말릴 전망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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