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대표 조정남 http://www.sktelecom.com)은 최근 IMT2000과 관련된 경쟁사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간에 들리는 한국통신, LG텔레콤 한솔인수설, 삼성과 보다폰에어터치 결합설 등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경쟁사가 누구냐에 따라 사업권 추진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자사를 제외한 나머지가 적이 된다.
IMT2000 사업권 획득과정이 무협지에서 나오는 「강호」 「무림」과 비교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재 SK텔레콤 IMT2000사업추진단의 총괄책임은 조정남 사장이 담당한다. 그 아래 로열패밀리인 최재원 전무가 포진하고 실질적인 사업전략 수립을 조민래 상무가 맡고 있다. 파워와 실무를 겸비한 매우 탄탄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IMT2000사업추진단은 사업전략팀, 기술계획팀, 영업계획팀으로 구분해 운영된다.
SK텔레콤은 IMT2000 서비스를 현재 이동전화에서 「다소 진보한 서비스」로 개념 정리를 마쳤다. 이러한 논리에는 사업권 획득을 위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지 않고 곧바로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야심이 묻어 있다.
「다소 진보된 서비스」 「별다를 게 없는 서비스」로 규정하면 IMT2000 서비스는 기존 이동전화 사업 영역에 포함된다. 이럴 경우 정통부의 역할은 주파수만 할당해주는 데 그친다. 그러나 SK텔레콤의 속내처럼 정부·연구진·학계 등 여론 주도층이 이러한 논리에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SK텔레콤 추진전략 중 가장 핵심은 「반거품론」 확산이다. 거품을 제거하고 본질에 접근할 경우 IMT2000 서비스는 기대치보다 「별 볼일 없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SK텔레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차세대 꿈의 통신망」으로 포장됐던 PCS사업권 선정과정을 예로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CDMA이동통신과 별차이가 없는 PCS를 정부와 학계 등에서 과대포장을 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SK텔레콤 조정남 사장이 『IMT2000 서비스에 대해 거품현상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할 정도로 SK텔레콤은 거품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조 사장의 이런 발언은 SK텔레콤 내부에 내재된 거품현상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 분위기를 서비스 사업자 중심의 경제성 분석보다 장비개발업체의 기술적 낙관론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의 움직임은 빠르다. 신세기통신과의 기업결합, 요금 인하를 통해 여론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한국통신에 대응할 만한 거대 통신사업자로 변모했다. 「기업의 효율성 제고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IMT2000 서비스에 몸집불리기라는 지적은 부인할 수 없다.
SK텔레콤은 그간의 무선통신기술개발 경험을 살려 지난 96년 영상통화를 시연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기업 장비제조업체, 중소·벤처 기업, 사업자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비동기식 상용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동기식뿐만 아니라 비동기식에서도 선두를 뺏기지 않으려는 계산된 움직임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4년부터 IMT2000 기술개발에 들어가 96년 모뎀 ASIC칩 개발, 97년 128Kbps급, 98년 384Kbps급 IMT2000 테스트베드를 잇따라 개발했다. 빠른 전송속도의 시스템 개발만이 타사업자를 따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에는 세계 최초로 IMT2000 상용서비스가 가능한 핵심장비 2종류를 개발했다.
개발된 시스템 중 「무선망 설계 및 최적화 시스템」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전파환경을 설계할 수 있는 장비로 꼽힌다. 이 시스템은 전파환경 구축이 전체 IMT2000 망구축의 80%를 차지하는 이동통신사업 특성상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함께 개발된 고속 모바일 인터넷시스템은 시스템과 단말기간의 인터넷 프로토콜을 일치시키는 장비. 다양한 멀티미디어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장비라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SK텔레콤은 지난 96년부터 기간망 구축에 나서 총 연장 2300㎞의 광전송망을 전국에 구축하는 등 유선망 운영경험을 쌓고 있다.
특히 1월 실시된 일본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와의 시험통화는 SK텔레콤의 기술력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이로써 이동환경에서 국가간 IMT2000 시험통화를 시연한 최초의 업체가 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또 핀란드 노키아와 공동 기술개발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는 등 국제 통신장비회사들과 제휴선을 확대중이다.
국내 중소벤처업계들과의 기술개발을 위한 제휴도 활발하다. SK텔레콤은 IMT2000 상용 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 49개 중소, 벤처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었다. 이들 협력업체에 총 1233억원의 개발비용을 투자, 상용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SK텔레콤은 금년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서비스 예정인 IS95C을 통해 IMT2000 서비스에 대비한 모범답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넷츠고가 보유한 콘텐츠를 연계할 경우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와 SK상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도 IMT2000 서비스를 위한 좋은 조건이 된다. 수십개의 콘텐츠 업체 및 솔루션 업체가 연계될 경우 콘텐츠 부족이라는 일부 지적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SK텔레콤의 분석이다.
케이블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시장 진출은 물론 이동통신망을 위한 초고속 광케이블망을 사전에 확보하려는 SK텔레콤의 치밀한 계산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국제회선 재판매 및 인터넷폰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 향후 IMT2000 상용화시 IMT2000 통합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 있다. 또 유선통신사업 경험 부족을 조만간 해외사업자와의 공동연구협력체제 구축으로 해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SK텔레콤의 장점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설비투자 비용과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마케팅 비용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 무선호출과 이동전화사업을 통해 남은 천문학적인 자금과 오랜 시간 동안 다져온 무선운용능력은 타사업자가 갖추지 못한 최고의 자산이다.
그러나 SK텔레콤도 약점은 있다. 신세기통신 인수로 1500만에 이르는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강점일 수도 있지만 반면 무선통신시장 독점이라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SK의 주파수 독점론」도 쓰라린 약점이다. 이동전화는 물론 무선호출, 위성전화, 무선 케이블TV 등 상업용 무선 주파수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이런 위상은 업계로부터 제1의 공략대상이 된다.
SK텔레콤도 이러한 업체들의 반대여론에 당황하고 있다. 국가 자원인 전파를 한 기업이 독점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경우 IMT2000 사업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국내 최고의 이동통신사업자이며 해외경쟁력을 가진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 여기에는 경쟁자를 누르고 사업권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SK텔레콤이 경쟁력 있는 기업이 IMT2000 사업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 형성에 매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왕국 SK텔레콤」이라는 외부 비난은 그치지 않는다.SK텔레콤은 「독점」이라는 표현에 민감하다.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주파수 독점론이 제기될 경우 만들어낼 대응논리가 빈약하다.
특히 정부가 추진중인 주파수 총량제 입법화 과정에서 주파수 독점 논쟁이 부각될 경우에는 치명적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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