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 ASIC>3회-취약한 기술력

15년 전 조그마한 ASIC 회사에 불과했던 미국의 퀄컴은 이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에 기반한 이동통신 표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지난 5년동안 성장률은 35%에 이르며 지난해 매출총액은 39억달러였다. 전세계 65개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체가 퀄컴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기술을 사온다.

퀄컴의 성장은 별도의 조립공장도 없이 원천기술 하나만으로 세계 일류 반도체업체로 성공한 전형을 보여준다. 국내 ASIC 벤처업체들은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성공신화를 꿈꾼다. 그렇지만 국내 ASIC 벤처업체들의 원천기술 확보는 거의 없다시피하다.

ASIC사업을 하려면 설계지적재산(IP), 설계아키텍처(라이브러리),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의 원천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ASIC업체들은 이들 원천기술을 거의 모두 외국업체로부터 가져다 쓴다.

변변한 원천기술이 없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한 설계기술에서도 외국업체에 뒤진다.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 나라의 비메모리 분야 기초·설계기술은 크게 뒤떨어진다. 단숨에 뛰어넘기 불가능할 정도의 격차다. 표참조

자금력이 크게 부족한 벤처업체들로서는 원천기술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손 치더라도 대기업들도 지금껏 등한시해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천기술의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한 메모리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IP를 개발하느니 기존 IP를 라이선싱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고백한다.

어차피 「이익을 쫓는」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초창기 메모리반도체사업을 시작할 때도 지금의 비메모리반도체 분야와 사정은 비슷했다.

대기업들이 원천기술의 개발에 소홀하면서 선진업체와의 기술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ETRI나 ASIC지원센터 등을 통해 기초기술을 지원하고 있으나 ASIC 벤처업체에 그다지 쓸 만한 기술이 많지 않으며 기술을 이전받는 과정과 절차도 까다로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이참에 국내 ASIC 기술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이러한 의문에 대해 ASIC업체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ASIC은 아직 가공되지 않은 기술을 바탕으로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에 맞게 응용하는 기술이다.

통신이나 제어 분야 등에서는 아직 업계 표준이라 할 만한 응용기술이 많지 않으며 국내 ASIC업체들은 이러한 분야의 응용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응용기술도 시스템시장의 활성화에 따라서는 먼 훗날 또 하나의 원천기술로 거듭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낮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할 정도의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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