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직급·호칭 파괴 바람

최근 설립된 전자상거래(EC) 관련 정보제공 포털업체인 EC유니온의 유재왕 사장은 사내에서 「사장님」으로 불리지 않는다. 유 사장의 호칭은 자신의 애칭 「제이(Jay)」에 님을 붙인 제이님. 이 회사 경제학 박사 출신의 이계평 리서치팀장은 전문가라는 의미의 순수 한글인 「장이」님, 뒤늦게 EC유니온에 합류한 박우식씨는 딱따구리의 구리를 따 「구리」님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다.

이네트의 박규헌 사장 역시 회사내에서는 사장님 대신에 「크리스(Chris)」라고 불린다. 이네트의 다른 직원들도 외국 이름을 하나씩 정해 직급 대신에 제임스, 케빈, 리사 등으로 서로 부르고 있다.

이처럼 최근들어 벤처기업들 사이에 직급 파괴에 따른 호칭 파괴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EC유니온 이외에도 핸디소프트·이네트·다음커뮤니케이션·링크웨어 등 20여개에 가까운 벤처기업들이 수직적인 기업조직을 수평적으로 바꾸고 팀간의 협업체제를 마련하기 위해 기존 직급을 과감하게 없애거나 파격적인 호칭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EC유니온의 한 관계자는 『상하 수직관계를 지양하고 함께 일하는 친근한 회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정감어린 애칭을 사용하고 있다』며 『모든 직급과 직함을 없애고 애칭을 사용하다 보니 회사 분위기는 물론 개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이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핸디소프트도 그동안 근무기간이나 직급에 따라 분류하던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등의 기존 직급체계를 완전히 없앴다. 직무와 기능에 맞춰 회사의 전직급을 책임제로 단일화해 입사 기준, 연공 서열에 상관없이 전사원은 「책임」이라는 호칭을 갖게 된다. 핸디소프트의 한 관계자는 『기존 대기업 위주의 조직체계로는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위주의 기업문화 조성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벤처기업다운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이같은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직책과 직급제도를 폐지하고 팀장·사장 이외의 직원들은 「씨」 「님」 「선배」 등의 호칭으로 불리며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사내 벤처인 실크로드21도 기존 준공무원 형태의 직책을 파괴하고 각자 맡은 업무를 중심으로 「웹 프로모터」 「웹 엔지니어」 「웹 콘텐츠 플래너」 「웹 마케팅」 등의 직책을 갖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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