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 ASIC>2회-줄잇는 창업

국내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ASIC 분야의 창업은 쉽지만은 않다. ASIC업체 창업자들이 막상 회사를 설립하고 보니 부딪치는 난관이 한두개가 아니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확보도 만만치 않고 전문 기술인력 확보는 더욱 힘들다.

이보다 ASIC업체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것은 연구개발의 핵심인 시제품 생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창업한 김달수 TLI 사장은 『칩 하나 개발하는 데 생산라인 사용비용만 1억∼2억원에 이른다』면서 『그것도 대기업 공장의 사정상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쉽지만은 않은데도 불구하고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ASIC 관련 벤처창업이 줄을 잇고 있다. 그 전까지 10개 미만이던 개발업체의 수가 9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여개씩 늘어났다. 표1

이러한 창업 열기는 비메모리산업에 대한 사회전반의 여건이 성숙한 것도 한 원인이나 IMF 이후 국내 반도체산업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구조조정이 시작되자 반도체업체의 임직원들이 점차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를 접기 시작했고 이는 곧 창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남반도체 구조조정,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시기였던 97년과 98년 사이에 창업이 급속히 늘어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한다.

창업가들은 대부분 삼성·현대·LG·아남 등 대기업 출신이다. 기업 밖으로는 ASIC 연구의 산실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도 유난히 많다.

ASIC 창업 1세대는 유영욱 서두로직 사장, 박학송 사이먼 사장 등이다. ETRI나 해외유학파로 분류되는 이들은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창업했다. 유영욱 사장은 『실리콘밸리 유학시절에 조립공장 없는(Fabless) 설계회사를 보고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창업동기를 밝힌다.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대기업 출신이 많다. ASIC설계회사협회(ADA) 회장을 맡고 있는 정자춘 아라리온 사장이나 박창일 아이앤씨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망이 뚜렷해지자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다.

정자춘 사장은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는 업체도 머잖아 나오지 않겠느냐』면서 ASIC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본다.

국내 ASIC업체들이 주로 개발하는 분야는 디지털카메라·보안장비·디지털TV 등 영상분야, 무선통신단말기 등의 통신분야, 네트워크, MP3, 설계 소프트웨어 등이다. 표2

대부분이 수입제품에 의존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산화될 경우 시장전망은 밝다. 대기업들은 채산성 때문에 직접 개발하기 어렵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 정책당국이 ASIC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어 ASIC분야의 창업은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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