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회사라고 해서 모두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첫 주식상장(IPO)를 하면 모두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올라가고, 경영을 책임지는 CEO들도 하룻밤 자고 나면 내로라하는 백만장자가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닷컴 회사들은 자사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CEO를 구하지만, 실력 있는 CEO 후보들도 거꾸로 닷컴 회사가 성공할 수 있는가를 자신의 잣대로 가늠해보게 마련이다.
노먼 칼리코사 CEO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적어도 전에 다니던 카덴스사의 10배 정도는 커질 수 있는 회사에만 관심을 뒀다. 이 회사는 당시만 해도 1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던 회사였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디어 단계를 넘어선 이미 시장에서 통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원했다.
그는 또 일류 투자가들과 호의적인 이사회를 갖추고 있는 「질이 높은」 기업도 원했다.
그는 『제의를 받아들이기 위한 마지막 고려 사항은 「과연 나한테 맞는 자리일까」하는 것』이었다며 『전략을 세울 권한과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충분한 스톡옵션이 보장될까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인터넷을 통해 기업용 전자상거래 응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칼리코사는 이미 주요 고객 중의 하나인 시스코시스템스사로부터 「올해의 공급업체」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칼리코사는 이미 35% 가량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분배했다. 노먼 CEO는 이 같은 주식배분이 인재를 끌어 모으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제록스사에서 타일로 스탠스베리를 판매담당 부사장으로, BMC소프트웨어사에서 아트 내프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끌어오기 위해 각각 40만주를 제시했었다.
지난해 미국내 16만명 이상의 하이테크 전직자들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백만장자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창업기업의 상장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벤처캐피털회사 모어, 다비도벤처스사의 조지 자카리씨는 엔젤 투자가나 벤처캐피털이 키운 회사들 가운데 고작 2%만이 IPO까지 가는 것으로 추산했다. 나머지 회사들 중 40% 정도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해당 임직원들은 다시 창업 대열에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60% 정도는 대부분의 경우에 자산 가치만을 인정받은 채 인수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도하차 하는 회사들도 많지만 실리콘밸리는 마치 「번식 약」을 먹은 산업처럼 신생 창업기업들을 계속해서 배출해내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을 이끌고 갈 책임자를 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헤드헌터인 코넷씨는 『창업기업에서 인재를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겪어본 CEO는 두 번 다시는 하고 싶어하지 않게 마련』이라고 말한다.
여러 곳에서 CEO를 역임한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이미 크게 돈을 번 CEO들은 그냥 이사회의 일원으로만 남기를 원하거나, 아니면 귀중한 시간을 희생하지 않고 다른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엔젤 투자가가 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카리씨도 『이들은 그냥 자문을 하거나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일에 만족하게 된다』고 밝혔다. 자카리씨가 멘로파크에서 운영하고 있는 벤처캐피털회사에는 40여개 기업의 투자 요청과 언제라도 100여명은 채용할 수 있다는 10여개 헤드헌터회사들의 신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시대의 흐름을 상징하듯이 멘로파크의 벤처캐피털회사인 시퀘이아캐피털사는 자사가 투자한 기업들에 「구인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하이드릭 앤드 스트러글스사에서 헤드헌터로 근무했던 에이프릴 킹씨를 인력부장으로 채용했다.
오랫동안 인재 배출 사관학교로서의 역할을 해오고 있는 휴렛패커드(HP), 루슨트, 노텔, 오라클 같은 하이테크 대형 업체들도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 자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 깊숙이 인맥을 파고 들어야 하는 헤드헌터들은 부사장이나 책임자급 대신 기업 운영 경험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부장급들을 표적으로 스카우트 활동을 펴고 있다.
기존 전통산업의 중역들도 「신 경제」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경향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절반도 안 되는 젊은이들이 갑자기 백만장자로 둔갑하는 것을 지켜보던 500대 기업의 CEO들이 이들의 뒤를 따르고 있다.
샌타클래라의 코바드커뮤니케이션스사는 65만달러의 현금, 150만달러의 계약금, 1주당 1.5달러의 가격으로 140만주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US웨스트커뮤니케이션스사의 밥 노울링 수석부사장을 영입했다.
지난 1월 22일 상장된 이 회사의 주가는 1주당 18달러에서 97.12달러로 급등, 노울링 CEO에게 1억4000만달러의 장부상 이익을 안겨줬다.
포스터 시티에 있는 웹밴사는 지난해 9월 상장 직전에 앤더슨컨설팅사의 조지 사힌 CEO를 사장으로 모셔왔다. 온라인으로 주문 받은 식료품 등을 배달해 주는 웹밴은 합류 조건으로 사힌 사장에게 총 주식의 5%인 1500만주를 1주당 8달러에 스톡옵션으로 제공했다. 웹밴의 주가는 한때 3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10.25달러로 하락함으로써 일확천금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새너제이의 온라인 경매사이트 e베이는 지난 98년 상장을 9개월 앞두고 6.4%의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완구회사인 하스브로사에서 마거릿 멕 휘트먼씨를 끌어들였다. 일부 주식을 팔아치웠지만 그녀가 보유하고 있는 650만주는 현재 시가로 12억달러에 달한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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