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방송 시대가 활짝 열렸다.
회선 및 동영상 기술의 발달과 인터넷의 대중화,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의 마인드 변화 등으로 인터넷방송은 이제 피해갈 수 없는 대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대규모 통신업체나 대기업, 벤처기업 및 개인 등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국이 약 3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97년 약 10여개에 불과하던 것이 98년 50개, 지난해말 200여개로 급증했고 올해는 300여개로 늘어났다.
초기 음악방송 위주였던 인터넷방송국은 최근 들어 숫자 만큼이나 다루는 분야도 다양해졌다. IMF 이후 불기 시작한 주식열풍을 타고 증권정보만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증권전문 인터넷방송국이 오픈했으며 국내외에서 열리는 무역박람회의 성격과 참가방법 등을 상세히 설명하는 무역박람회 전문방송도 선을 보였다. 경매·교육·스포츠·성인전용 등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방송국이 앞다퉈 문을 열었다.
여기에 공중파 방송국도 저마다 인터넷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MBC·KBS·SBS가 각각 인터넷방송국을 개설하고 서비스 제공중이며 이 가운데 SBS가 지난해 가장 먼저 분사, SBS인터넷을 독립법인으로 내놨고 VOD는 물론 메일이나 쇼핑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였다.
KBS는 지난해 11월 한국통신과 공동으로 인터넷방송국 「크레지오(http://www.crezio.co.kr)」를 시범 오픈했고 내달중 별도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MBC도 분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대기업의 인터넷방송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기업 가운데 이 분야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이 삼성물산의 두밥. 음악방송을 전문으로 시작했으나 본격 엔터테인먼트 전문방송으로의 확대를 최근 선언했다. 인터넷방송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한화는 KTB와 손잡고 오는 5월 음악 및 오락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인터넷방송국을 개국키로 했다. 현대종합상사도 영화나 스포츠, 음악 등을 위주로 하는 인터넷방송국 설립을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방송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것이 대규모 통신업체들이다. 이들 통신사들은 각자 확보한 회선 인프라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인터넷방송국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다양하고 품질좋은 콘텐츠 제공으로 초고속인터넷 가입자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루넷은 자체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콘텐츠 제작업체와 제휴 및 M&A를 통해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방송 서비스의 주요 테마를 영화·음악·게임·방송·성인 등 5개로 구분하고 총 24개 채널로 구성해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드림라인은 현재 자사 사이트(http://www.dreamx.net)에서 운영중인 콘텐츠사업자 커뮤니티인 「드림X패밀리」를 확대해 인터넷방송국으로 재편키로 했다. 드림X패밀리는 음악·영화·스포츠·게임 등 콘텐츠사업자를 하나로 묶어 드림라인의 초고속 네트워크 환경하에 이용자 정보를 공유하고 콘텐츠 판매수익을 배분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나로통신도 사이버중앙 및 SBS인터넷과 인터넷방송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각각 설립키로 했으며 이를 통해 뉴스를 비롯, 영화나 연예, 스포츠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온세통신 신비로나 데이콤 천리안 등은 인터넷방송 초기에 서비스를 개시하고 음악 위주의 방송을 진행중이다.
여기에 최근 무선인터넷 사업자로의 변신을 선언한 한솔엠닷컴이 캐스트서비스와 손잡고 인터넷방송에 본격 진출했다. 한솔엠닷컴은 우선 이달말부터 캐스트서비스가 공급중인 일본의 유무선 인터넷방송 「그라우엔의 새장」을 자사의 무선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서비스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인터넷방송 사이트를 운영중인 젠터닷콤에 3억2000만원을 출자하면서 이 시장에 발을 내디뎠고 다우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인터넷방송 솔루션 업체인 리얼네트웍스의 국내 총판권을 확보, 이 시장에 손을 뻗쳐둔 상태다.
뿐만 아니라 LG홈쇼핑·39쇼핑·씨앤텔 등 홈쇼핑 업체들도 TV에 이어 인터넷방송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밖에 연예인이 인터넷방송국을 설립하고 서비스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으며 청소년이나 성인만을 타깃으로 하는 등 전문화된 인터넷방송국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방송국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제까지 별다른 수입원을 창출하지 못해 대부분의 소규모 인터넷방송국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면서 인터넷방송은 「방송」이 아닌 콘텐츠이며 새로운 인터넷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됐다. 따라서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 인터넷방송과 전자상거래를 결합시키고 콘텐츠 유료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졌다. 이와 함께 별다른 수익모델을 개발하지 못한 영세 인터넷방송국은 오래 존속하지 못하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방송분야에 있어서 대두되는 과제 가운데 하나가 온라인 저작권 문제다. 인터넷방송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음악이나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를 위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저작권협회와 업계에 갈등이 지속돼 왔다. 또 통합방송법 통과로 인터넷방송에 대한 심의문제가 불거져 나오면서 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방송이 아닌 인터넷비즈니스를 방송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것이 인터넷방송업계의 주장이다.
대기업과 통신사를 중심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인터넷방송은 분명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단순한 눈요깃거리 제공차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당당한 하나의 비즈니스로 정착해야 하며 인터넷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우물 안 개구리식이 아닌 해외시장개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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