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81)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43>

중국이 초행이었던 나는 이미 경험을 한 사업가들의 충고를 귀담아 들었다. 그 중에 음식에 대한 충고도 명심을 하였다. 중국에서의 연회는 곧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일이다. 음식은 끊임없이 나온다.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하는 시간이 길게는 두세 시간이 넘기 때문에 소화시키면서 다시 위속에 집어넣는다.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실제 중국에서 회식을 하면서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식은 몇 차례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손을 대지 못했으나 술만은 달랐다. 그 독한 술이었지만 나는 주는 대로 마셨고 마신 술은 반드시 답례로 되돌려 주었다. 그리고 알코올 50%가 넘는 술에 맥주를 섞어 소위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 이미 알코올이 50% 넘는 자체가 폭탄이나 마찬가지였으나 맥주와 섞어서 마신다는 이색적인 음주 스타일에 그들은 매료되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나의 행동은 무모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독한 술을 즐겨 마신 그들과 대적해서 술로는 지지 않으려고 버티었던 나의 생각이었다. 술을 잘 마셔야지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유 회장의 말을 너무 믿었던 것도 이유였지만 그것은 한국의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술은 어떤 형식이나 관념을 깨는 데는 편리했다. 취중에 했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사안이 술을 마시면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허물지 않으려는 벽도 술을 마시면서 부순다. 더구나 여자를 옆에 앉히고 희롱하면서 보여서는 안되는 인간의 속성을 드러내는 순간 벽은 허물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사업 진행이 술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한국에서의 사업이 술로 해결된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인들은 술을 마시면서 사업 이야기를 꺼내면 무조건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좋다는 것이 한다는 뜻은 아니며, 하겠다는 약속 또한 아니다. 중국말에서 좋다는 뜻의 하오(好)는 여자와 남자가 합쳐진 어원이다. 여자와 남자가 합쳐진 것은 결국 섹스를 뜻한다. 섹스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섹스만큼 인간사의 모든 선악을 포함하는 것도 드물다. 인간의 탄생을 의미하면서 곧 죽음을 의미한다. 쾌락을 의미하면서 고통을 뜻한다. 결실을 의미하면서 파괴를 동반한다. 그렇듯이 좋다는 의미 속에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되는 것이다.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내가 무슨 말인가를 하면 그들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면서 하오를 연발한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예의이면서 지금 열심히 듣고 있다는 뜻이지 정말 좋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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